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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81일] 그 놈의 노트북 때문에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3.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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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0 . 3 1 . 토 | 콜롬비아 보고타(보고따) Colombia Bogota


    굵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쏟아져 내리는 비를 맞고 분위기도 축 내려 앉는다.

    늦은 아침을 먹고 라니는 어제 읽다만 존 그리샴의 소설책을 다시 펼쳤다.
    나는 노트북을 펼쳤다.
    초기상태로 복구된 노트북에 아직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 설치하지 못했다.

    비가 내리니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보고타에서 '방.콕'이다.
    사다 놓은 라면을 끓여 온기를 되찾았다.
    젓가락을 내려 놓을 때 쯤 비도 잦아들었다.




    숙소 현관에서 왼쪽을 내려다 봤다.

    숙소 현관에 서서 오른쪽을 올려다 봤다.


    오후가 되면서 개기 시작했다.
    숙소의 지붕 사이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4시 반쯤에 나가기로 했다.
    보고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몬세라테(몬세라떼 Monserrate)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또 노트북이 말썽이다.
    프로그램 설치하다 바이러스가 먹혔다.
    순전히 내 잘못인데 괜히 노트북을 탓한다.

    백신 프로그램을 급히 내려받아 소탕에 들어갔다.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각했다.
    그러는 사이 외출하기로 한 약속시간이 지나갔다.

    왠만큼 해 보고 안 되면 나갔다 와서 천천히 처리해도 되는 것을 또 늘고 물어졌다.
    준비 다 하고 나가기만을 기다리던 라니는 심하게 토라져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가자고 달래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흠... 시간도 많이 늦어졌다. 아무래도 몬세라테는 내일 가야겠다.





    노트북을 장악한 바이러스는 백신프로그램으로도 퇴치가 어려웠다.
    정상적으로 부팅이 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로그인 화면까지는 진행되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방법이 없다.
    초기화한 이틀만에 다시 초기화.
    또 다시 전부 새로 세팅해야한다.
    공인인증서부터 이런 저런 프로그램까지.
    짜증이 오전에 내린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푹 쉬기로 한 휴식 기간이 계속 노트북과 함께 어지럽혀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다 버리고 없이 다니기에는 많은 것이 아쉽고 또 불편이 뒤따를 것이다.
    문명의 이기(利器). 정말 이기인지 되묻게 된다.
    때론 받은 편리 이상의 불편 또한 주는 것 같다.



    우리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믹스커피 봉지가 확실하게 보여준다.
    기압이 낮아져 봉지가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었다.


    숙소에서 알바하시는 분들이 다른 분들과 함께 저녁으로 먹을 김치찌게를 준비했다.
    우리는 저녁으로 뭘 먹나, 남아 있는 닭죽으로 대충 떼워야 하나 궁리하는데
    김치찌게의 진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입에서는 침이 고였다.
    그런데 약속한 분들이 못 오게 되었고 우리에게 수저가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칼칼한 김치찌게가 갈등과 짜증을 삭혀 주었다.

    저녁 먹고 나서 숙소의 한국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자연스럽게 모였다.
    한국에서는 실제 거리로도 심적인 거리로도 너무나 먼 남미.
    하지만 우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자정이 넘어선 시간에도 새로운 여행자들이 숙소에 도착했다.

    김치찌게를 먹느라 남겨두어야 했던 닭죽을 데워
    출출해 하는 그들에게 건넸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물고 늘어져 어느새 시계는 2시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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