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따라 세계여행::161일] 침낭 도둑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2. 24. 01:30
    반응형

    0 9 . 1 0 . 1 1 . 일 | 모로코 페스 -> 에스파냐 세비야 Morocco Fes -> Spain Sevilla


    6시에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하고 역 앞으로 나갔다.
    에스파냐 세비야행 비행기는 9시40분에 출발하지만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여유있게 나섰다.

    버스가 몇 대 서 있기는 했지만 공항으로 간다는 16번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조금만 기다려보자 하고 있는데 배낭을 멘 서양인 커플이 버스기사와
    얘기를 나누고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혹시, 공항으로 가시려는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 저희도 공항에 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버스기사가 뭐라고 하던가요?'
    "공항 가는 버스는 저쪽 정류장에서 선다고 가 보려구요.."

    불안한 마음, 조금 안정되면서 함께 걸어갔다.





    공터에 버스번호인지 행선지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안내판 같은 것이 몇 개 서 있고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오려나 하며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 오래된 벤츠를 끌고 온
    어떤 남자분이 다가와서는 프랑스어로 말을 건넸다.

    영어로 프랑스어 못한다고 말하는 사이에 같이 기다리고 있던 커플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프랑스에서 왔는지 아님 몇 개 국어에 능통한 것인지 프랑스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 남자는 개인차량으로 택시영업을 하려는 듯 했다.
    (낡은 벤츠 그 어디에도 택시라는 표식은 없었다.)
    공항까지 120디람(약 18,700원)을 불렀다.

    두 커플로 나누면 부담은 줄어들지만, 공항까지 공식적인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몇일간 느낀 물가로 비교하자면 1/n을 해도 비싸게 느껴졌다.
    흥정에 임했던 서양 커플의 남자는 그 정도를 나눠 내면 괜찮다,
    어서 타고 가자는 분위기였지만 우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 때 공항으로 가려는 또 다른 커플이 나타났다. 커플당 부담액이 줄어들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기사까지 7명이 이 차에 탈 수 있느냐
    이 낡은 차가 7명이나 태우고 달릴 수 있나였다.

    벤츠 주인 양반은 문제 없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한 커플이 부둥켜 안고 앞좌석에 앉고 나머지 4명이 서로의 엉덩이를 양보하며 겨우 뒷문을 닫았다.
    30만km를 훌쩍 넘긴 고령의 벤츠는 과소평가에 항의라도 하듯 씩씩하게 공항으로 내달렸다.



    지은지 얼마 안 되었는지 무척 깔끔했던 페스 공항.




    우리나라 중소도시 버스터미널만한 페스공항에는 20분만에 도착했다. 7시10분.
    비행기 출발까지 두시간반이나 남았다. 버스시간을 정확히 몰라 혹시나 해서
    넉넉하게 일찍 나왔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택시 합승으로 너무 빨리 공항에 도착해 버렸다.

    무슬림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가는 현대식 공항에서 모로코의 마지막 시간들이 흘러갔다.
    제대로 준비를 못한데다 여행 5개월이 만든 무기력까지 맞물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모로코 여행이 끝났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올 수는 있을까?



    매점 수준의 면세점.




    규모가 아주 큰 공항에서는 대부분의 비행기를 건물 2층에서 직접 연결된 통로를 통해 탑승하고
    조금 작은 공항에서는 경우에 따라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가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 탑승하는데
    여기 페스 공항에서는 비행기까지 두 발로 걸어갔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작은 비행장에서 경비행기를 타러 활주로를
    가로지르는 조종사가 된 기분이 살짝 들었다.









    어제 늦게 자고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나 이륙하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다.
    비행기는 한시간도 지나지 세비야에 도착해 금방 단잠에서 깨야했다.
    앞자리에 앉은 덕에 1번으로 입국수속을 밟았다.

    텅 빈 컨베이어 벨트가 돌기 시작했다.
    라니 배낭이 나오고 내 배낭도 막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무거운 몸으로 배낭을 낚아챘는데 뭔가 이상했다.
    배낭 아랫쪽에 묶어놨던 침낭이 없었다.

    예전이 라니 침낭이 떨어져 배낭과 따로 나온 적이 있어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모든 짐이 다 나오고 기계는 멈춰섰다. 침낭은 나오지 않았다.
    물어물어 공항 2층에 있는 라이언에어(RyanAir) 사무실로 찾아갔다.

    '침낭이 없어졌어요.'
    "따로 나올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세요."

    이미 끝난 것 같았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 기다렸지만
    멈춘 기계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또 2층으로 올라갔다.

    '나오지 않았어요.'
    "그럼, 보고서를 작성해 주세요."
    '먼저 수화물 관리하는 곳에 한 번 확인해 주세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그녀는 수화물쪽에 문의 한 번 하지 않고
    바로 보고서를 건넸다. 부탁을 듣고서야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침낭 같은 것은 없다는 답이 날라왔다.



    오른쪽 라니의 배낭처럼 아랫부분에 침낭이 묶여져 있어야 하는데 버클이 풀어진 채로 나왔다.


    보험 정보를 기입하는 란이 있었다.
    "보험번호나 서류가 있나요?"
    '아니오, 보험은 만료되었어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보상해 드릴 수가 없어요"

    그제서야 그녀와 내가 서로 다른 보험 얘기를 하고 있었음을 눈치챘다.
    나는 여행 전에 한국에서 가입했던 여행자보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보험은 9월30일까지였다.

    그녀가 얘기한 보험은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 추가로 비용부담을 하고 가입하는 여행자보험이었다.
    취소 비용이나 수화물 분실 등을 보상을 해 주는 보험이었다. 예매할 때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설마 짐을 잃어버릴까 싶었다. 조금이라도 비용 아껴보자고 타는 저가항공인데
    그다지 가능성도 없는 일에 돈을 쓸 이유가 없었다.
    페스 공항에 전화를 걸어 한번 확인해 주면 안되느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본사에 문의하세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상 여기서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영어인데 흥분하니 더욱 말문이 막혔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심한 A형은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었다.
    씩씩거리다 풀이 죽은 채로 1층에서 짐을 지키고 있는 라니에게 갔다.

    잠금장치가 풀어져 있는 배낭을 보니 다시 분이 치고 올라왔다.
    분명히 버클을 풀고 빼 간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빠질 수가 없는 상태였다.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의 어쩔 수 없는 문제로 분실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가져갔다는 사실이 더 기분을 상하게 했다.
    지난 5개월동안 8번 비행기를 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캠핑을 하는 아프리카의 오버랜드투어 때문에 구입한 침낭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숙소의 침구가 부족하거나 지저분 할 때
    밤새 페리를 타고 이동할 때 등등 쏠쏠하게 잘 썼고
    앞으로도 잘 쓸 침낭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숙소를 잡자마자 약관을 샅샅히 읽어보고 사례를 조사해 맞서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냥 여행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짜피 불리한 조건인데다 내일 모레면 남미로 떠난다.
    하나 남은 침낭이나마 간수를 잘 해야겠다.



    살짝 탕국 같았던 해물스프. 입맛에 맞아 맛있게 먹었다.


    빠에야(Paella).


    .공항에서 세비야 지도와 버스시간표 받아 오후 1시45분 버스 타고 시내행.
    .원래 가려고 했던 숙소는 매진. 어렵사리 다른 숙소 구해 체크인.
    .점심으로 빠에야와 탕국 같은 해물스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라니는 자고 나는 인터넷 사용.

    .노트북에 오류가 있다고 경고창이 계속 뜸. 불량섹터 발견. 아직 여행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걱정.
    .8시에 라니 일어났지만 나가기 귀찮다고 해서 혼자 나가 케밥과 환타 사 와 숙소에서 개그콘서트 보면서 식사.
    .케밥 많이 짜 라니는 조금만 먹고 점심 때 식당에서 남아 가져온 빵 먹음.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