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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53일] 깨어진 환상, 카사블랑카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1.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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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길.


    0 9 . 1 0 . 0 3 . 토 | 에스파냐 바르셀로나 -> 모로코 카사블랑카 , Spain Barcelona -> Morocco Casablanca


    추석이다.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 얘기를 늘 뉴스로만 접했었다.
    비록 명절 연휴를 틈 타 여행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추석을 외국에서 맞는다.
    양가에 전화를 드리고 모로코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1시 비행기. 체크인은 출발 1시간 전까지만 한다고 했다.
    우리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는 11시9분 출발 기차가 가장 빨랐다.
    여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급해졌다.

    다행히 20여분만에 공항에 도착했고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12시전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공항, 버스터미널 혹은 기차역에 가서 많이 기다려야 할지라도
    늘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도착하려고 한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먹고 늑장을 많이 부렸다.



    바르셀로나 공항. 이 부분외에도 인테리어가 꽤 마음에 들었던 공항.




    베네치아에서 급하게 예약한 저가항공 4편 중 3번째다.
    이번에는 에어 아라비아(Air Arabia).
    아라비안 나이트가 자꾸 생각난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은
    비행기에 타자마자 마법처럼 잠에 빠져 들었다.
    이륙할 때의 진동 때문에 잠깐 깼다가 다시 깊은 잠에 든 후
    카사블랑카 상공에 진입했을 때 깨어났다.



    에어 아라비아 기내.


    기내 서비스는 모두 유료.


    드디어, 왠지 몽환적인 모로코, 왠지 로맨틱한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
    듣던대로 여권 맨 마지막장에 입국도장을 찍어줬다.
    입바람으로 아직 덜 마른 도장을 건조시키며 현금인출기로 갔다.

    인출기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스티커 한장 붙어 있지 않았다.
    그냥 작은 모니터와 숫자판만 있었다. 공항에 있는 기계지만 왠지 찝찝했다.
    환전소에서 유로를 모로코 돈으로 바꾸고 시내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러갔다.

    2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가까스로 탔다.
    자리가 없어 객차와 객차 사이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우리도 그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섰다.

    첫번째 역에 도착했다.
    옆에 아저씨에게 표에 적힌 목적지 카사항구(Casa Port)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 옆에 다른 아저씨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아저씨가 아랍어로 뭐라뭐라
    길게 얘기하시는데 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난처한 얼굴로 그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서양여자분이 물어왔다.
    "영어 할 줄 아세요?"
    "네."
    "좀 있다 다른 역에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야 해요. 나도 그 역에 내리니까 같이 내려요~"
    "고맙습니다~"

    'Ain Sebaa'라는 이름의 역에 내렸다. 곧 이어 온 기차를 타고 카사항구역으로 향했다.



    모로코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중.


    카사블랑카 항구역.


    모로코는 가이드북 없이 왔다.
    호스텔월드(hostelworld.com)라는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카사블랑카의 숙소를 찾아봤지만 몇 없었다.
    그 중에 그나마 후기가 많이 달려 있는 숙소의 위치가
    표시된 구글 지도를 사진기로 찍어왔다.

    역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사진기를 꺼냈다.
    사진기의 모니터는 작고 그 안에 담긴 길은 구불구불 얽혀 있었다.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다음 사진으로 넘겼다.

    바르셀로나의 어느 서점에서 론리플래닛 모로코편을 펼쳐
    카사블랑카의 지도만 살짝 찍어놓은게 있었다.
    지도 밖에 없고 숙소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지도에 표시된 숙소 중 역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별이 네 개. 통과.
    다음 호텔, 일단 별은 보이지 않고 가격을 물어보니 비싸지 않다.
    배낭을 내려놓고 라니가 방을 보고 왔는데 방도 나쁘지 않단다.

    여기 모로코 시계로도 벌써 3시이고
    정오에 떠나온 스페인 시계로 따지면 5시다.
    바르셀로나의 민박에서 아침 먹고 나온 게 오늘 먹은 것의 전부.
    더 이상 돌아다닐 힘도 없다.

    2박 하기로 하고 열쇠를 받고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냥 무난한 방이다.
    아...... 그런데 화장실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화장실에 창문은 커녕 환풍기도 없다.
    천장에 구멍이 아주 횡하니 뚫려 있기는 한데
    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 같지가 않고 꼭 귀신이 들어올 것 같은 분위기다.
    어디가 어떻게 잘못돼서 이런 냄새가 나는걸까?
    소변의 찌릉내가 죽은 후각세포까지 살려내는 것 같았다.



    식당. 물이 있는 것이 특이했다. 그동안 여행 중에 우리나라처럼 식당에서 물을 공짜로 주는 나라는 잘 없었다.


    따지고 뭐고 일단 밥부터 먹고 봐야겠다.
    케밥집이 있길래 냉큼 들어갔다.
    소스에서 특이한 향이 나 라니는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 하나 달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보기도 힘든 갱지에 싸서 줬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맛이었다.
    그렇게 싼 티 나는 맛 참 오랜만이다.
    갱지도 시리아에서 보고 오랜만이다.

    두 스쿱 퍼줬는데 한 스쿱은 숟가락으로 퍼 먹다 바닥에 떨어뜨려버렸다.
    떨어질 때는 어어어 하면서 아까워했는데 떨어지고 나서는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시내를 배회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언제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모로코 그리고 카사블랑카에 대한 환상이 무너져내렸다.

    길거리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어느 길에서는 주기적으로 오줌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백만년동안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야 날 것만 같은 지독한 냄새였다.
    빈민가 뒷골목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의 길 한켠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의욕을 상실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몸을 침대에 뉘였더니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금방 잠 속으로 빨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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