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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32일] 람보와 마주하다.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0.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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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9 . 1 2 . 토 | 이탈리아 베네치아 Italy Venice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정말 일찍 숙소를 나섰는데
    베네치아에서 제노바, 제노바에서 다시 프랑스 니스로 가는
    기차표 예매에 문제가 생겨 오락가락 하다 시간을 많이 보내 버렸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 베네치아의 운하를 따라 배를 타고
    급한 마음 진정시키며 리도(Lido)섬으로 향했다.





    참, 아슬아슬했다.
    지금 가고 있는 리도섬에서 베네치아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폐막 하루 전인 어제서야 알았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
    영화제는 몰라도 황금사자상은 한번쯤 들어봤을,
    세계 각국의 감독과 배우들이 잘 차려입고
    붉은 색 카펫 위를 유유히 걸어가며
    아주 감격스런 얼굴로 연신 터져대는 카메라 플래쉬를 받아내는,
    바로 그 베네치아영화제의 현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리도섬에 내린 후 한동안 눈을 의심해야 했다.
    명색이 세계 3대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곳 치고는 너무나 한산하고 조용했다.
    행사장이나 극장으로의 안내 표지판 같은 것도 없고 안내창구도 보이지 않고
    안내장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군데군데 서 있는 날개 달린 황금사자상이 없었다면
    다른 섬에 잘못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해야 할 정도였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일단 좀 걸었다.
    분명 어딘가 무언가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오늘 분명 폐막식을 한다 했는데 종종 텔레비젼에서 봤던
    레드카펫이 깔린 무대가 있을 것인데 어딘지 알 수 없으니 그게 문제다.





    섬이 작아서일까, 아님 운이 좋아서일까?
    오랜 시간 헤매지 않고 바로 그 곳, 간절히 찾았던 그 곳에 닿을 수 있었다.
    카펫 뿐만 아니라 온통 빨갛게 장식된 제66회 베네치아영화제 폐막식이 열릴
    행사장에 벅찬 감동을 얼싸 안으며 도착했다.

    레드카펫도 깔려 있고 무대와 조명도 설치되어 있고 방송용 카메라를 든 사람도
    왔다갔다 하고 경비도 삼엄한 풍경 속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 와
    장시간 대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이들도 몇몇 보였다.

    현재 시각 오후 2시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왔고 아무런 정보도 현지에서 조달하지 못해 답답하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일이십분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닌 듯 해 폐막식 관람은 아쉽지만 포기했다.














    이미 오전에 시간을 많이 보내버려 리도섬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영화 한편 볼 여유도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베네치아영화제 분위기만 잔뜩 흡수하려 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유명 배우들도 참석하는 유명 영화제, 호기심이 발동되기에 충분했다.
    다가가 보니 벽을 이루고 있는 민간인들 너머로 경비 서는 사람,
    큰 카메라를 든 취재기자 같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었다.

    잠시 후 술렁임이 일었다.
    그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군중들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람보였다.
    람보가 누군가. 코만도와 함께 우리 어린 시절을
    장악했던 서양의 양대 영웅 아니던가.
    (동양은 성룡이 지키고 있었다.)

    빨간색 머리띠를 동여메고 총알을 어깨에 두르고
    쏟아지는 포탄을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피해가며
    악의 무리를 소탕하던 그가 양복을 멋지게 빼 입고
    중후한 모습으로 우리 눈 앞에 나타났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이런 거물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라 연사모드로 설정해 놓지 않을 걸 후회하며
    기본에 아주 충실한 똑딱이 카메라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셔터를 눌러댔다.

    람보4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록키는 1편도 제대로 보지 않은
    하찮은 팬이지만 그가 바로 코 앞까지 다가 왔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까치발을 하고 구린 카메라만 속으로 탓하며 그저 열심히 그를 사진으로 담았다.








    우리가 어렸을 때 시대를 점령했던 탓일까?
    우리는 그가 아주 크게 느껴졌고 실제 몸집도 어마어마 하리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남성 평균키인 내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알 수 없는 실망감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도 세월을 빗겨가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앞머리 탈모가 제법 진행되었던 것 같았다. 덕화 아저씨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세월의 흐름을 잠시 붙잡고 있었다.

    다시 영화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그를 태우고 멀어지는 보트가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서 있었다.

    (실버스타 스탤론은 66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반가운 금자씨.







    + 한국영화 베니스영화제 수상 연혁
    - 씨받이. 강수연 여우주연상. 1987년
    -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상. 2002년
    - 빈집. 김기덕 감독상.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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