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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07일] 파묵칼레의 하얀 성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8. 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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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8 . 1 8 . 화 | 터키 파묵칼레 Turkey Pamukkale


    백설공주가 온천욕을 하고 간 이후 하얗게 변해버렸다는 전설이
    있다고 해도 믿어버릴 것 같은 새하얀 파묵칼레의 석회봉을 점심을 먹고서야 올라갔다.

    카파도키아의 숙소에 만났다 파묵칼레의 숙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일본청년 사토는
    마을 앞 출입문이 아닌 다른 출입문으로 가면 단체관광객들 틈바구니에 살짝 묻혀
    그냥 들어갈 수도 있다는 고급정보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날씨는 덥고 그 출입문까지는 멀고, 그래서 그냥 가까운 입구에서 돈 내고 들어갔다.
    그의 꼼수를 고급정보라 할 수 있는 건 입장료가 17,000원에 육박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유적지 입장료로 1만원 이상 내 본 적이 없는데 (물론 물가가 다르긴 하지만,,)
    외국에 나와서는 입장료에 입이 쩍쩍 벌어지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저기 위에 올라가면 하얀 석회덩어리들이 빛과 열을
    다 반사시켜줘서 시원하겠지 하며 구렛나루를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열심히 올라갔다.

    힘들게 올라갔는데, 이제부터는 맨발로 가야한다고 안내하던 직원이
    무전을 받더니 라니에게 출입 매표소로 다시 내려가자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영어를 못하는지 계속 내려가자는 손짓만 해댔다.
    이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도로 내려가자니...
    무전기로 이유를 물어보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내려갔다.
    그런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일어났다.
    매표소에 앉아 있던 아저씨, 무슨 일이냐고 묻는 우리에게 아무 문제 없다며 다시 올라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라도 알면 덜 화가 날텐데 아무 설명도 없이 노프라블럼만 되풀이 하니
    햇빛에 열 받고 어이없는 그들의 행태에 열 받고,,,,,
    한국말 섞어가며 한바탕 쏟아내고서야 라니는 돌아섰다.
    다시 올라가는 그 길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고 힘들 수가 없었다.








    그런 우리 마음을 달래줄려는걸까?
    석회봉은 그 아름다움을 더 열심히 발하려는 듯 했다.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기묘한 풍경으로 상한 마음을 달랬다.
    예전만 못하다는 론리플래닛의 설명대로 물이 흐르지도 고여 있지도 않은 채
    바짝 말라있는 곳이 제법 되었지만 떫은 마음을 씻어주고도 남음이 있는 경치였다.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논 같은 그 곳에 층층마다 물이 고여 있는 사진을 떠올리면 아쉽기는 했다.
    그래서 먼저 다녀온 분들 중에는 힘들여 간 것에 비해 별로라고 비추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래도 오길 잘했다 싶다. 충분히 그럴만한 곳이었다.

    그 곳에는 하얀 석회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들게 올라간 그 정상에는 히에라폴리스(Hierapolis)라는 고대도시가 있었다.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원형극장도 있고, 날씨 좋을 때 유적들과 나무들을
    옆에 두고 걸으면 좋을 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앤틱 풀(Antique Pool).

    옛날옛날 아주 오랜 옛날 신전이나 중요한 건물을 떠 받들고 있었을 돌 기둥들과
    지붕에 올려져 있었을 돌 조각 같은 것들이 온천수영장 바닥에 널려있었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밟으면서 온천욕 혹은 수영을 즐기거나 
    밟고 올라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과 유적과 놀이시설이 어우러지는 이런 곳은 처음이다.
    마치 어항을 장식해 놓은 것처럼 물 속에 유적이 잠겨져 있는 수영장은 이채로웠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금붕어처럼 잘 어울렸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저 수영장 바닥에 유적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뛰어들었을까?
    석회봉 입장료보다 더 비싼 23리라의 이용료에 락커대여료 2리라까지 
    사람들은 기꺼이 지불하고서 유적과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수영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순 물놀이만을 위해 지불하기에는 2만원이 넘는 액수가 크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나는 수영복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수영장에만 들어가지 못할 뿐 내부 구경은 할 수 있었다.)

    (앤틱풀을 비롯해 석회봉과 히에라폴리스의 정말 이쁜 풍경을 소중하게 카메라에 담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이 무너져버릴만큼 안타깝게도 사진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얼룩이 생기는 카메라로 담은 몇장을 제외하고.....)












    꼭, 입장료가 비싸서 본전뽑기에 충실해야한다는 불타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노을이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고 그리고 사람들이 만든 인공조명이 비치면
    그 때마다 순간순간 옷을 갈아입을 석회봉을 더 보고 싶어서 늦게까지 있고 싶었지만
    오늘 밤 이스탄불로 떠나야하기에 아쉬움 내던지고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내려왔다.

    이렇게 마음을 앗아갈 정도인걸 알았다면 이렇게 서둘러 떠날 것이 아닌데,,,
    카파도키아에 이어 파묵칼레에서도 다시 와야할 건덕지를 남기고 떠난다.
    터키는 이스탄불이 마직막 일정인데 아무래도 다음에 터키만 한번 더 와서
    이 광활한 형제의 땅을 누비며 온전히 제대로 담궈야겠다.



    출처: goturkey.com


    현지식이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한식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는
    한국 떠난 여행 100일간에 세워진 변경된 원칙에 따라 저녁은 어제 점심에 이어 
    또 서울펜션에서 가서 비빔밤과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밥심으로 다시 배낭을 둘쳐메고 메트로버스사무실로 갔다.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탈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4명과 함께
    데니즐리로 데려다 줄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9시가 되자 직원이 다가왔다.

    ''이 길 따라 내려가면 아이스크림가게가 있는데 거기서 기다렸다 버스타고 가면 돼.''
    (버스가 왜 사무실 앞으로 안오는거지...??)
    ''버스비는 2리라고 종점이 데니즐리 버스터미널이야.''
    (헉스.....)

    ''여보세요, 우린 여기 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까지 무료로 데려다준다는 얘길 듣고 
    파묵칼레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고! 
    그런데 배낭을 메고 저기 아래까지
    걸어가서 2리라를 내고 타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10명 이상 돼야 데니즐리까지 태워줘. 지금은 6명이니까 안돼...''
    ''아니, 그럼 표 살 때 그걸 얘기해줬어야지, 이 나쁜 %#!@$#%*&!!!!!''

    석회봉 올라갈 때도 그러고 오늘 낮밤으로 터키분들이 교대로 한방씩 먹여주신다.
    불바다 같은 마음에 부채질을 해 주신 건 같이 기다린 다른 외국인들..
    그들은 원래 이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어쩐것인지 한마디 댓구도 없이
    고분고분 배낭을 메고 그 아이스크림가게로 버스를 타러 갔다.

    덕분에 우리만 바보 됐다. 다른 손님들은 아무 소리 안 하는데 너희만 왜 그래?

    오늘 이스탄불 가는 걸 포기하고 해결볼 때까지 달려들게 아니라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건 우리만 손해다.
    그래, 그 딴식으로 장사해서 백만년 천만년 잘 먹고 잘 살아라.
    조금은 조급해진 마음으로 뒤늦게 버스 타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지만, 어디서 타고 왔는지 버스에는 자리가 없었다.
    데니즐리에서 10시에 출발하는 이스탄불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시간은 자꾸 가고 버스는 오지 않고 속이 타 들어간다.
    그 고약한 버스회사직원들에게 조금전보다 더 심한 저주를 속으로 퍼부었다.

    9시반이 넘어서야 버스가 왔다.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어렴풋이 보이는 버스 내부에는
    자리가 넉넉해 보이지 않았다. 예의고 예절이고 에티켓이고 뭐고 없다.
    일단 타고 볼 일이다. 눈치코치 요령껏 어깨와 팔에 힘을 주고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용쓰며 겨우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데니즐리에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
    예상치 못했던 터키분들의 괴롭힘이 액땜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이스탄불행 버스에 탔지만 그건 불운을 알리는 장엄한 전주곡이었다.




    이번엔 카트까지 등장한 터키의 장거리버스. 탈 때마다 놀라는 일이 한가지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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