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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00일] 형제의 나라, 터키로.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7.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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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0 8 1 1 화 | 시리아 알레포 -> 터키 괴레메, Syria Aleppo -> Turkey Göreme


    여행 100일째다.
    첫 날,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며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케이프타운까지 하루죙일 이동했던 것처럼
    오늘도 여러번 버스를 타고 터키의 괴레메라는 곳까지 이동만 할 것이다.


    04:00 am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절대 늦잠을 자서는 안된다는 압박 때문에
    푹 잠들지 못하고 선잠을 자는 게 더 힘들다.
    이틀에 거쳐서 느긋하게 갈까도 했지만 그냥 하루만에 내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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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30 am

    스산한 국제버스터미널.
    마치 밀입국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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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8 am

    터키회사 소속으로 보이는 버스에는 차장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동승했다.
    출발하자 커피or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굵은 손에 위생장갑까지 끼고 정성스레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

    이집트부터 시작된 중동여행에서 버스 탈 때면 그저 깨끗하고 에어컨 잘 나오면 감지덕지였는데
    출발부터 이렇게 황송한 서.비.스.를 받으니 잠결에 얼떨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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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0 am

    시리아 국경에 도착했다.
    출국세 500파운드와 인지대 50파운드가 필요했다.
    미리 입수한 정보 덕에 시리아돈을 처분하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와 당황하지 않았다.

    인지를 사려고 줄을 섰다.
    우리 앞자리에 앉았던 독일 처자 둘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갑자기 그 중 하나가 홱 돌아서서는 25파운드 있느냐고 물어왔다.

    정확하게 그 말 뿐이었다.
    미안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주섬주섬 남아있던 동전을 헤아려 건내주었다.

    돈을 받아든 그녀는 아무말 없이, 땡큐 한마디 없이 뒤돌아섰다.
    마치 맡겨놓은 돈을 돌려받은 냥.
    그리고, 국경을 건너는 동안에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도 눈인사 한번 없었다.

    그들의 뒷자리에 앉아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뒷통수를 후려치며
    내 돈 내놔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몇백원 밖에 안되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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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40 am

    시리아 출국신고와 동시에 짧은 면세쇼핑시간도 주어졌다.
    차장 둘은 양손에 담배를 담은 비닐봉지를 가득 들고 왔다.
    그리고, 늘 그렇게 해 왔다는 듯 승객들에게 나눠줬다.
    아마 한도 넘게 왕창 사서 용돈벌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에게는 부탁하질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을거라 생각한걸까?

    관리가 버스에 올라와 출국세 잘 냈는지 확인하려는 듯 여권검사를 했다.
    밝은 미소를 띈 시리아국왕의 배웅 사진을 마지막으로 시리아를 벗어났다.

    비자면제국가인 터키의 입국도장은 건물 내부가 아닌
    우리나라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줄을 서서 받았다.

    이번 여행의 12번째 방문국,
    론리플래닛 유럽편에도 들어있고 중동편에도 들어있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분위기는 여타 이슬람국가보다 유럽에 더 가까운,
    하지만 EU 가입은 요원하기만한 터키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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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30 am

    첫번째 기착지, 안타키아(Antakya)에 도착 후,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바로 카이세리(Kayseri)행 버스를 알아봤다.
    너무 늦지 않게 괴레메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달려야한다.

    9시 출발 버스에 올랐다.
    여기까지 오는 버스에서 이미 느꼈던 것이지만
    '이집트-요르단-시리아'와는 많은 것이 많이 다르다.

    이제 막 공장에서 빼 온 듯한 깨끗한 버스,
    와이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단정한 머리의 운전사와 승무원,
    제대로 된 차내 서비스.

    거기다 풍경도 많이 달려졌다. 누런 황무지가 아닌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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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pm

    버스는 아다나(Adana)에서 손님을 내리고 태웠다.
    버스 앞유리창에 들렀다 가는 곳의 지명이 붙어 있었기에 당황스러움은 전혀 없었다.

    당황은 다른 곳에서 해야했다.
    화장실을 갔는데 지하철역 혹은 놀이동산에서나 보던 시설이 되어 있었다.
    유료화장실이 처음인건 아니지만 그래도 버스터미널인데...

    버스터미널이건 고속도로휴게소건 간에 돈 내고 화장실을 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나라에서 와 심기가 많이 불편해졌지만 어쩔 수 있나?
    노상방뇨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650원을 내고 시원함을 맛 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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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7 pm

    남자승무원 1명으로 출발했던 버스에 걸걸한 목소리의 여자승무원 1명이
    더 탑승한 후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음료서비스.
    비행기보다 오히려 흔들림이 더 심한 버스에서 아슬아슬한 물 따르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위생장갑을 착용하는 세심함은 변함없었다.
    종이컵이 아닌 플라스틱컵이 등장했다.

    메뉴는 커피, 차, 콜라.. 과일쥬스는 다른 사람이 주문하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콜라임에 살짝 아쉬움을 느끼는 사이에도 버스는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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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50 pm

    니데(Niğde)라는 곳에서 다시 손님을 내리고 태웠다.
    터키의 세번째 버스터미널. 현대식 건물의 깨끗한 모습들에 계속 찔끔찔끔 놀랜다.
    당연한 것들은 늘 당연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인가 보다.
    이제 한동안은 이런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지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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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5 pm

    이번에는 간식까지 나왔다. 콜라 대신 처음에는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과일쥬스를 주문했다.
    좀 더 장거리로 갔다간 밥도 한 상 거하게 차려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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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45 pm

    이윽고 카이세리에 도착했다.
    시리아 알레포를 출발한지 얼추 12시간만이다.

    얼른 최종목적지 괴레메로 가는 버스 수배부터 나섰다.
    우리나라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때, 버스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산행 표를 사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끝이지만 터키는 그렇지 않나 보다.
    같은 도시에 여러 버스회사가 다니는 듯 했다.

    이번에도 괴레메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회사들을 순회하며 가격비교를 했다.
    한 곳에서 2리라 깎아 8리라에 표를 사고 카페테리아에서 케밥으로 주린 배를 달래고
    7시 버스를 타고 최종 목적지 괴레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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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5 pm

    한시간만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괴레메에 도착했다.
    안내소를 먼저 찾았다. 관광안내는 물론 숙소안내도 해 준다고 했었다.
    과연 작은 건물 내부에는 숙소안내판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이어 예약 않고 왔다가 혼쭐나기 2번째가 시작되었다.
    처음 들른 한인민박에 사람들이 바글대는 것을 보고 돌아설 때만 해도
    한국의 방학 때문이라 여겼고
    여느 때처럼 몇몇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음 번에 간 곳에서 도미토리에 침대 두어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만해도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러 나섰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FULL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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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간히 비싸서 돌아선 곳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자리가 없었다.


    08:40 pm

    언덕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잠 잘 곳을 찾다 기진맥진 해 진 후에야 알았다.
    아~~ 카파도키아는 지금 성수기구나~

    두번째로 찾아갔던, 도미토리에 자리가 남아 있다는 그 집으로 다시 갔다.
    하지만, 오.마.이.갓! 너무 늦었다. 다른 이들이 낚아 챈 후였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나.....
    금 전의 허접한 방임에도 무척 많이 비싸기만 했던 그 곳에 가 봐야하나...
    돌아가 본들 또 여기처럼 방이 없어져 버렸으면 어떡하나...
    이 호스텔 거실쇼파에서라도 자게 해 달라고 해야하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하늘이 무너진 듯 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젋은 주인이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내일부터는 자리가 생기는데,,, 그럼 오늘 밤은 우리 아버지 집에서 잘래?'

    그리하여 그와 함께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 집으로 가게 되었다.
    손님 맞을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아담한 집이었지만 처음 보는
    낯선 이방인을 집에 들이는
    그들의 친절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형제의 나라, 터키의 푸근함 속에 지친 몸을 뉘며 터키에서의 첫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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