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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98일] 친절한 시리아씨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7.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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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마스쿠스 풀만버스터미널 (Pullman Bus Station).


    └ 다마스쿠스 풀만버스터미널 버스회사 사무실들.


    0 9 0 8 0 9 일 | 시리아 다마스쿠스 -> 알레포, Syria Damascus -> Aleppo


    열흘 가까이 함께한 임선생님최여사님과는 오늘 작별을 하게 되었다.
    삼촌,이모뻘의 어른들이시지만 너무 편안하게 함께 여행했다.
    이제 곧 한국에 들어가신다고 비상약을 챙겨주시며
    남은 여행 건강히 잘 하라고 격려해 주시니 헤어짐이 아쉬울뿐이다.

    두분은 하마(Hama)라는 곳으로 가시고 우리는 하마를 지나 알레포라는 곳으로 바로 간다.

    한참 신나게 헤드뱅잉하며 자고 있을 때 버스가 속도를 줄였다.
    어느 도시로 접어 들어 터미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차장이 온통 아랍어로 도배가 된 작은 종이표를 건네줬다.

    사람들이 차례대로 내렸다.
    분위기상 내려야 하는 것이 맞는데 잠깐 망설였다.
    뒷자리에서 오던 아저씨가 영어로 내리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부모님 없이 서울에 떨어진 시골 오누이 마냥 그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 갔다.

    그 아저씨가 하는대로 식당에서 차장이 나눠 준 표를 건네주고 뜨끈한 차를 받았다.
    같은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라니가 고마움의 표시로 가지고 있던 포도맛 캬라멜을 건넸다.

    1시가 넘었다. 배가 고파 이번에도 그 아저씨를 따라 미니피자 비슷한 것을 파는 가판대 앞에 섰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3개 사서는 우리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기어이 우리 손에 하나씩 쥐어줬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음료수를 사 줄려고 냉장고를 가리키며
    원하는 걸로 고르라고 했지만 선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으며 한사코 거절을 했다.
    낯선 길을 따라 낯선 곳으로 가는 이방인 둘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버스에 올랐다.



    └ 버스 타고 가는 중간에 휴게소에서 마실 수 있는 차 교환권.


    10시25분쯤 다마스쿠스를 떠난 버스는 3시10분쯤 알레포에 도착했다.
    그 친철한 아저씨와는 작별인사를 할 사이도 없이 택시와 흥정에 나섰다.
    실패한 후 다마스쿠스에서 봤던 녹색 시내버스가 다가왔다.

    올드시티? 끄덕끄덕.
    작은 배낭은 메고 무거운 큰 배낭을 버스에 끌어올려 탔다.
    낡은 분위기의 올드시티가 언제 나타나나 두리번 거리며 타고 갔다.

    그런데, 전혀 구시가지 같지 않은 곳에서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우르르 내렸다.
    덩달아 같이 내렸다. 버스안에서 올드시티 간다고 얘기를 나눴던 아저씨가 따라 오라고 했다.
    큰 배낭을 멘 등과 작은 배낭을 맨 가슴과 머리밑과 겨드랑이는 땀으로 흠뻑 젖어가는데
    아무리 따라가도 구시가지는 나오지를 않았다.

    몇번 땡큐를 연발하여 아저씨를 보냈다.
    그늘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라니는 짐을 지키고 혼자 길 파악에 나섰다.
    물어보고 길 이름을 지도에서 찾아보고 해서 겨우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부띠끄호텔.
    론리플래닛에 그런 설명이 있었다.
    시리아에서는 예산이 얼마이든지 간에 전통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부띠끄호텔에서 묵어봐야한다고.

    그래서,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그 더운 날씨에 좁은 시장통을 헤집고 다니며
    론리에 나와 있는 부띠끄호텔 중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맸다.
    지도보기와 물어보기를 번갈아하며 줄줄 흘러내리는 안경을 연신 밀어올리며
    정말 고생 끝에 골목 안쪽에 쳐 박혀 있던 Al Halabia 호텔을 겨우 찾았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가 기대했던 그런 고풍스러운, 우리가 홀딱 반할만큼 퐌타스틱한 그런 곳이 아니었다.
    거기다 숙박비 45유로는 우리에게 과했다. 눈치 빠른 매니저는 깎아줄 듯한 인상을 풍겼지만
    다시 배낭을 둘쳐멨다.





    └ 알레포의 시장. 오른편 천으로 가린 곳이 과일쥬스가게.


    타는 갈증을 죽이기 위해 시장 입구의 과일쥬스가게 건너편에 배낭을 내리자마자 
    주인아저씨는 천으로 가게 문을 닫아버렸다.
    오늘은 이래저래 꼬이는 날인가 보다 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릴 때 옆가게의 아저씨가
    손짓으로 기도하러 갔다며 5분 뒤에 다시 올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앉으라고 자기가 앉아 있던 의자를 내어주었다.
    미안해서 앉지 않고 있었더니 가게 안에서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앉으라고 했다.
    더 이상 성의를 무시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이들이 할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고맙게 의자에 앉아 쥬스가게 아저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시장의 과일쥬스가게.


    기다림에 비해서는 만족도가 떨어지는 쥬스로 해갈을 하고 신시가지로 가서 숙소를 잡으려 애 썼다.

    이번에도 혼자 숙소 찾아 돌아다니고
    라니는 어느 가게 모퉁이에서 짐을 지키고 있는데 가게주인아저씨가 의자를 내어주었단다.
    알레포에 도착해 숙소 잡느라 고생했지만 친절한 시리아분들 덕에 처진 기분을 다독일 수 있을 수 있었다.

    저녁은 마땅한 것이 없어 닭구이와 밥과 토마토랑 가지를 넣어 만든 스튜 같은 것을 사다
    숙소에서 먹었지만 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 겨우 찾은 코카콜라로 입가심을 했지만 허기짐까지 달랠 수는 없었다.

    긴 시간 버스 타고 이동하고 잘 곳 찾아 힘들게 돌아다니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200개가 넘는 위성방송채널속에 일본의 NHK와 중국의 CCTV는 있어도 우리나라 KBS는 없는 것 만큼이나
    울적한 여행 98일째 2009년 8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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