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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89일] 투모로우 모닝 | 카이로>누웨이바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6. 2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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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수도는 달라도 뭔가가 다른가 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카이로의 버스터미널.


    └ 승강장과 대합실이 차단되어 있어 시원하고 쾌적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0 9 0 7 3 1 금 | 이집트 카이로, 누웨이바 Egypt Cairo Nuweiba


    이집트를 떠난다. 다음은 요르단.
    이스라엘을 거쳐서 육로로 가는 것이 비용도 절약되고 여러모로 좋지만
    이스라엘 입국 흔적이 여권에 남으면 시리아에 갈 수 없기도 하고
    (그래서 별지에 따로 출입국도장을 찍기는 하지만, 재수 없으면 어떻게든 걸린다고..)
    뭣보다 이스라엘은 관심 밖이어서 이집트의 누웨이바(Nuweiba)라는 곳에서 배를 타고 요르단으로 가기로 했다.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배를 잡아탈 심산으로 새벽4시반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본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을 통틀어 가장 현대식이고 말끔하고 깨끗한
    버스터미널에 조금 일찍 도착해 이집트 사람들과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버스가 승장강에 들어오고 20분이 지나서야 출발을 했다.
    후루가다에서 룩소르 갈 때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거의 제시각에 출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버스가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 창밖으로 미쳐 둘러보지 못한 카이로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출발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몰려오는 잠에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 가는 도중 카이로의 간이정류소에서 잠깐 수리.


    골아 떨어졌지만 차가 정차할 때마다 잠깐씩 깼다.
    고속도로를 타기 전 세군데를 들러 사람을 더 태웠다.
    마지막 세번째에 섰을 때는 에어컨 바람도 시원하지 않고
    금방 떠나지 않는 분위기여서 차에서 내려 콜라를 하나 샀다.

    콜라를 홀짝이며 둘러보는데 버스 뒷편 뚜껑을 열어놓고 누군가가 쪼물딱거리고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어 금방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았다.
    조금전까지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던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먼길을 가야하고 늦지 않게 도착해 요르단행 배를 타야 하는데 출발부터 영 시원찮다.



    └ 해리슨 포드 주연의 에어포스원 상영중.


    └ 카이로에서 누웨이바로 가는 길.


    └ 카이로에서 누웨이바로 가는 길.


    └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딱 한번 에어컨 수리만 하고 그 후로는 다행히 별문제 없이 달렸다.


    └ 이 무덥고 건조한 곳을 몇시간동안 달려가는게 신기할 정도로 많이 낡은 버스.


    └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휴게소.


    카이로를 벗어났을 무렵, 노이즈가 화면의 삼분의 일정도 차지하는 듯한 낡은 텔레비젼으로 틀어주는,
    이번이 몇번째 시청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해리슨 포드의 에어포스원을 보고 나서 다시 골아 떨어졌다.

    잠깐잠깐 잠에서 깨 절경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쏟아지는 잠 때문에 도저히 즐길 수가 없었다. 잘 만큼 자고 일어났을 때 드디어 홍해가 나타났다.

    그리고 권총을 허리에 찬 사복경찰도 함께 나타났다.
    버스에 올라와 신분증 검사를 했다.
    지은 죄도 없이 경찰을 보면 괜히 긴장되는 건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한 거겠지만, 우린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 중 청년 몇은 경찰과 함께 내렸고
    버스는 그들을 내버려 둔 채 출발해 버렸다.

    타바(Taba)라는 곳을 들른 뒤 갔던 길을 되돌아 누웨이바로 가다가 조금 전의 그 검문소에 다시 정차했다.
    나름 패션에도 신경을 쓴 듯한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간 사복경찰들이 또 버스에 올라와 조금 전 데리고 갔던
    청년들이 앉았던 자리와 화물칸을 
    마약탐지견처럼 꼼꼼히 탐색했다.
    이번에도 버스는 그 청년들을 태우지 못한 채 출발했다.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 것인지 괜히 분위기가 살벌하다.




    └ 누웨이바.


    └ 누웨이바 항구 입구.


    출발한지 8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3시 누웨이바에 도착했다.
    곧장 페리 매표소로 달려갔다.
    텅빈 매표소. 창살과 유리창 너머의 직원은 냉랭하게 오늘은 끝났으니 내일 오라고 했다.
    페리회사 홈페이지에는 쾌속선의 경우 분명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에 2편의 배가 있고
    오후 것은 5시에 출발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벌써 매진된건가?

    그럼, 내일은 몇시부터 표 판매를 시작하느냐 물었는데 대답은 무조건 투모로우 모닝이다.
    창구에 계속 매달려 있으니 10시란다. 배 출발이 열시인지 매표를 열시부터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다시 물어보니 귀찮다는 듯 옆창구에 물어보라 했다.

    하지만, 옆 창구에서도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윽박지르듯 '투모로우 모닝'.
    이 곳에서 하루 묵고 가도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별로 할 것도 없고 흥미도 없고 마음 먹었을 때
    그저 떠나고 싶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항구 입구에 있던 경찰에게도 표를 살 수 있는
    배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이쯤되면 이집트에서 누웨이바에서 하루 더 있다 가라는 알라신의 계시임을 깨달아야한다.
    인샬라...



    └ 거리를 배회하는 야생낙타들.


    └ 사람에게 이끌려 다니지 않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지 않는 야생낙타는 처음 봤다. 


    숙소를 찾아야했다.
    누추하더라도 항구 근처에서 자는 게 여러모로 나아 둘러봤지만
    마땅히 머물만한 곳이 없어 론리플래닛을 펼쳤다.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는 숙소가 없고 차를 타야했다.
    하지만, 길거리에는 사람도 차도 드문드문, 낙타만 몇마리 얼쩡거리고 택시 따위는 지나다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나 진땀 흘리고 있는데 조수석에 아들인 듯한 꼬맹이를 태운 아반떼 한대가 우리 앞에 섰다.
    지도를 내보이며 이 호텔을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다면서도 타라는 손짓을 했다.
    미덥지 않았지만 일단 가격을 물었다.

    - 50파운드.
    = 안 탈렵니다.
    - 40파운드.
    = 됐습니다.
    - 그럼, 얼마줄꺼요?
    = 10파운드.
    - 에이~


    마른 먼지바람을 일으키고 그는 떠나갔다.
    한동안 마네킹처럼 서 있었다.
    차가 다녀야 흥정을 하든지 하고 차가 다녀야 히치라도 할텐데
    낙타나 지나다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낙타를 잡아 탈 수도 없고.

    잠시 후 조금 전의 그 아반떼 아저씨가 다시 나타났다.
    그도 어지간히 돈이 급한가보다.

    - 30파운드. (그 사이 10파운드가 떨어졌다.)
    = 20파운드. (우리도 급해졌다. 10파운드를 올렸다.)
    - 25파운드.
    = 대쓰요.


    그가 어쩌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도 적잖이 똥줄이 타고 있음을 간파했고 그래서 다시 튕겼다.
    결국, 체념하는 듯한 목소리로 20을 부르며 트렁크문을 열었다.

    버스를 타고 온 길을 한참 거슬러 가 호텔들이 몰려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을 선물로 받았다.




    └ 홍해.


    └ 왜 홍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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