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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79일] 길고 길었던 룩소르에서의 하루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5.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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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몽사몽간에 내린 휴게소.


    비몽사몽.


    아침 여섯시반 룩소르 도착. 오늘은 또 얼마나 뜨거울지...


    0 9 0 7 2 1 화 | 이집트 룩소르 Egypt Luxor


    후루가다Hurghada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잡아탄 버스는
    다섯시간만에 룩소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다리에 도착했다.
    여섯시반. 오늘도 뜨겁게 내릴 쬘 태양이 우리를 내려주고
    아스완Aswan으로 떠나는 버스의 유리창을 빛내고 있었다.

    듣던대로 미니밴 몇대가 시내로 모시겠다며 대기중이었다.
    영어는 전혀 못하는 순박하게 생긴 아저씨 둘이 잠에서 덜 깬 우리에게 접근했다.
    50파운드를 부른다.
    비싸다고 20파운드를 부르니 그럼 1인당 20파운드씩 내란다.
    비싸다고 다른 차로 갈려고 하니 20파운드에 가겠단다.
    매사에 이런 식이니 흥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룩소르 시내로 가는 길.


    └  옆문을 연 채로 씽씽..


    제 기능을 상실한 옆문.


    늘 열어둔 채 달리는 듯한 옆문. 아직은 시원한 바람을 한껏 맞으며 잠을 깼다.
    원래 갈려고 했던 숙소에는 가지 못하고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근처의 다른 호텔에
    지난 밤 버스터미널에서 몇시간동안 기다리고 밤새 버스 타고 달려오느라
    몸에 척하니 얹혀진 천근만근을 일단 내려놓기로 했다.
    낡은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눈을 뜨니 어느새 한시가 넘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리셉션에서 서안투어와 나일강 크루즈 가격을 알아보고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는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식당 중 숙소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전 세팅


    └ 쿠샤리 Kushari


    로투스식당Lotus Restaurant에서 바라본 시장 거리.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피곤함과 뜨거운 날씨에 뚝 떨어진 입맛으로는
    이집트 음식 쿠샤리Kushari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왠만하면 억지로라도 배를 채울려고 했지만 이내 둘 다 포기해버리고
    안전빵으로 주문한 스파게티로 배를 채우고 다시 태양이 작렬하는 거리로 나왔다.

    해가 가장 높은 시각, 라니를 숙소로 돌려보내고 혼자서
    빵빵한 에어컨과 함께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맥도날드로 향했다.
    선데이아이스크림 딸기맛으로 햇볕에 달구어진 몸을 식히며 정보 수집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맥도날드 룩소르점 선데이아이스크림 딸기맛 영수증.


    맥도날드 룩소르점에서 바라본 룩소르신전Luxor Temple.


    길에서도 훤히 보이는 룩소르신전, 그래서 따로 돈내고 입장하지는 않았다.


    룩소르신전.


    아무리 더워도 말은 주인, 혹은 주인+관광객을 태우고 달린다.


    한낮에는 민방위훈련 할 때처럼 사람들이 사라졌다.


    후루가다 보다 더 남쪽. 그곳과는 또 다른 룩소르의 날씨.
    햇빛을 피하기 위해 나름 긴바지를 챙겨 입긴 했는데 맨발에 쪼리를 신고 나온 건 실수였다.
    썬블락크림도 바르지 않은 발등으로 순도 100%의 햇빛을 고스란히 느끼며
    여행사 두군데에 들러 나일강 크루즈 가격을 조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더이상 돌아다니다간 일사병으로 길바닥에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쓰러지더라도 그늘에 쓰러져야지 그렇지 않았다가는 화상까지 덤으로 얻을 것 같았다.
    숙소에서 내일 서안투어 예약을 하고 방에서 에어컨 바람에 의존하며
    어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다 8시가 넘어서 나왔다.



    룩소르 기차역.


    룩소르 관광안내소.


    나일강 크루즈 가격 조사차 들어갔던 어느 호텔에서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와 함께
    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자동차와 마차가 함께 달리는 룩소르의 큰 길을 따라 걸어 역으로 향했다.
    직원들은 퇴근하고 없었지만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인터넷이 연결된 무료 컴퓨터가 있는
    그 곳에서 예상외의 시설에 흠칫 놀라며 나일강 크루즈 정보를 검색하고
    온 김에 가까이에 있는, 원래 갈려고 했던 오아시스호텔에 들렀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인지 홍반장이라는 한국이름까지 가지고 있는 젊은 주인장 핫산을 만났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의 가격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우리가 원하는 목요일에 크루즈를 떠날 수 있어
    예약을 하고 했다. 더불어 방도 지금의 숙소와 별 차이도 없는데 반값이어서 비록 내일 하루만 잘 것이지만
    옮기기로 했다. 거기다
    크루즈를 예약한 것을 빌미로 방값을 10파운드 깎았다.

    아침 일찍 미니밴 가격 흥정부터 시작해 이 호텔 저 호텔 숙박비, 그리고 여기저기서 알아본
    서안투어와 나일강크루즈 가격 때문에 머릿속에 온통 숫자들로 가득 차
    복잡했는데
    이제 싸고 마음에 드는 숙소도 정하고 투어도 크루즈도 예약했으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늦은 저녁 먹은 식당.





    딸기쥬스.


    빠지지 않는 빵. 우리 입에는 맞지도 않지만 다 먹었다간 주문한 음식은 손도 못 댈만큼 많은 양.


    어느새 10시, 여전히 입맛은 없지만 한입이라도 먹어둬야 내일 아침 일찍 떠나는 투어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을테니 오아시스호텔 근처에서 식당을 찾았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식당이어서 그런지 다행히 영어메뉴판이 있긴 했지만
    이름과 간단한 설명만 봐서는 도저히 어떤 음식인지 알 수가 없어 게중에 낯익은
    '밥과 함께 나오는 구운 닭고기' 그리고 케밥을 주문했다.

    그런데, 케밥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케밥이 아니라 뚝배기에 탕 같이 나와 당황해야했다.
    푸짐하고 보기에는 근사한 밥상이었지만 입 짧은 우리는 점심때와 같이 신나게 먹지를 못했다.
    케밥에 든 정체 모를 고기는 때마침 가게에 들어온 고양이에게 잘 발라 던져주었다.



    밥과 함께 나오는 구운 치킨 Grilled Chicken with Rice.


    전혀 예상치 못했던 케밥.


    낮보다 훨씬 많이 활기찬 룩소르의 밤거리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목을 축이려 슈퍼에 들렀다.
    캔콜라를 꺼내 들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슈퍼주인에게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얼마 줄꺼요?'

    그래서 이전에 지불했던 가격을 기억해 2파운드를 불렀더니 그렇게는 또 안된단다.
    그럼 얼마냐고 물으니 3파운드라 답한다.
    황당함에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뒤에서 그가 소리쳤다.
    '하나에 2.5파운드씩 2개 사 가요~'

    호기롭게 무시하고 몇 발짝 떨어진 다른 가게에 갔는데 한 곳은 4파운드, 다른 곳은 3파운드. 흥정불가.
    짧게 고민한 후 감성을 지배하는 이성에 의해 쉽게 옮겨지지 않는 발걸음을 처음의 그 가게로 돌렸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덤탱이와 흥정속에 헤매이며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진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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