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주프라이빗하우스 마드레

0 9 0 7 2 0 월 | 이집트 후루가다 Egypt Hurghada


오전 5:40

룩소르Luxor로 가기 위해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에 일어나 도둑처럼 살금살금 숙소를 나섰다.
너무 이른 시각이어서 그런지 택시뿐 만 아니라 차가 아예 다니질 않는다.
겨우 한 대가 지나가 급하게 잡았는데 숙소에서 들었던 얘기와는 달리
5파운드에는 절대 터미널까지 갈 수가 없단다.

우리가 '을'의 위치에 있는 건 택시기사도 우리도 잘 알고 있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그의 요구대로 10파운드에 가기로 하고 택시에 올랐다.

뜨겁디 뜨거운 7월의 이집트.
돈을 좀 더 들여서라도 좀 더 나은 버스를 타기 위해 도착한 그 이름도 럭셔리한 '슈퍼젯'버스의 터미널.
하지만, 버스는 없었다. 의사소통이 원할하지는 않았지만, 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룩소르로 가는
버스가 없는 듯 했다.
분명 버스가 있다고 듣고 왔는데, 어제 밤에 작별인사도 다 하고 왔는데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매표소에 재차 확인을 하고, 터미널에 서 있는 버스의 기사에게도 물어보고 했지만 없는 버스가 생길리 만무했다.
무거운 배낭을 멘 채로 멍하게 있으니 보고 있던 택시기사가 업퍼이집트Upper Egypt버스터미널로 가잖다.
거기 가면 룩소르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지만, 에어콘도 달려 있지 않다는 그 버스를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먼지바람에 의존한 채
시뻘껀 태양 아래를 내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없이 '우리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터미널 앞에서 세워져 있던 택시로 갔다.

우리, 씨스타뿌리빠지까지 얼마?
택시기사 갑, 10파운드.
우리, 에이~ 5파운드.
택시기사 을, 5파운드, 콜!

왠일인가 싶어 좋아하며 그래 5파운드에 갈 수 있네 하며 그의 택시로 갔는데 
택시기사 을, 문을 열다 말고 갑자기,,,

씨스타뿌리빠지?? 5파운드 아니야, 10파운드!

그러더니 택시기사 갑과 같이 낄낄대며 웃어댄다.
새벽부터 헛탕 친 것까지 합쳐서 멱살이라도 잡고 욕이라도 실컷 퍼붓고 싶었지만,
불룩 튀어나온 그의 배에 튕겨 나갔다간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그냥 한번 째려만 보고
길을 건너가 지나가는 택시를 5파운드에 잡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우리집' 1층 거실 쇼파에 누웠다.
이렇게 다시 와서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그리고, 얼마 후 숙소의 사람들과 어색한 재회를 했다.



버스 시간표


오후 8:30 

시원한 에어콘 바람 쐬며 인터넷도 쓰고 개콘도 보고 얘기도 하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다른 회사의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나섰다. 이번엔 정말 안녕이라며 인사를 하고.


오후 9:00

숙소에는 룩소르행 업퍼이집트버스가 밤10시에 있다고 안내해 주었고
좀 여유있게 온다고 9시에 도착했는데 터미널 시간표에는 10시반 출발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들었던 것과는 달리 에어컨이 나온다는 것.
매표소 건물 큰 둔턱에 자리 깔고 앉았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이 더운 날에 한 둘이 아닌 긴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보면서 콜라로 목을 축이면서 어서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후루가다, 업퍼이집트 Upper Egypt 버스 터미널


오후 10:00

버스가 몇대 서 있었지만, 온통 아랍어이고 행선지도 정확하게 적혀 있지 않아
터미널을 지키는 듯한 잘 생긴 콧수염 경찰에게 어느 버스가 룩소르로 가는 버스인지 물었다.
그는 저기 서 있는 버스 중에는 없고 룩소르 가는 버스는 터미널 밖에서 들어오며 11시에 올꺼라고 했다.
기다려야 할 시간이 30분 더 늘어났다.


오후 11:10

경찰의 말대로 버스는 10시반에 오지 않았고 경찰의 말과는 달리 11시에도 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매표소에 물었다. 도대체 버스가 오기는 하는 것인지..
버스가 여기 후루가다Hurghada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수에즈Suez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좀 늦을 수도 있단다.




후루가다, 업퍼이집트 Upper Egypt 버스 터미널


오후 11:40 

어느 새 터미널에 온 지 2시간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지쳐갔지만 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벌떡 일어나 버스 앞의 행선지를 확인했다.
아랍어로 적혀 있어 론리플래닛에 적힌 '룩소르' 글자와 그림 맞추기 하듯 맞춰보고 
버스기사에게도 '룩소르??' 하며 확인을 했지만 번번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마침내 옆에 있던 경찰이 룩소르행 버스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거의 쓰러져가던 라니도 눈을 번쩍 떴다.
급히 배낭을 들고 버스로 달려갔다.
매표소에서는 버스표를 팔지 않았고 버스안에서 사야한다 했다.
어서 뛰어가 자리를 차지해야한다.

하지만, 가득 차서 온 버스에서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아무도.
그 콧수염경찰이 우리를 대신 해 아랍어로 버스기사에게 다시 확인을 했지만 역시나였다.
풀이 죽은 채로 기다리던 곳으로 돌아가 털석 주저앉았다.
무거운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다음 버스는 12시반. 제 시간에 도착한다 해도 5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더운 날씨에 늦은 시각, 소음과 매연에 지쳐 또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가야하나 잠깐 고민을 했다가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기다린 것도 아깝고 내일은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아무도 모르니 말이다.


오전 12:30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버스는 제 시각에 도착하지 않았다.
라니는 내 어깨에 기댔다가 자기 무릎에 팔베개를 하고 업드렸다가 하면서 지친 몸을 달랬다.
언제 올지 모르는 이번 버스에는 자리가 있을까?
없으면 오기로 밤을 새워서라도 기다릴까?
룩소르에 갈 수 있긴 한걸까?



후루가다, 업퍼이집트 Upper Egypt 버스 터미널


오전 1:30

룩소르행 버스를 빈자리가 없어 그냥 떠나보내고 난 후 거의 2시간만에 다시 버스가 왔다.
버스회사가 업퍼이집트가 아니라 이스트델타East Delta였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룩소르로 가는 버스에 빈자리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자리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장담할 수가 없었다.

라니는 작은 배낭 두개를 들고 냅다 버스에 올라 타고 나는 큰 배낭 두개를 들고 짐칸으로 향했다.
알라신이 보우하셨는지 빈자리가 있었다.
그것도 하나씩 떨어진게 아니라 앞에서 두번째 줄에 두 좌석이 나란히 비어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마치 신기루 같이 느껴졌던 룩소르.
허름한 의자지만 등을 기대고 눈을 붙일 수 있다는 작은 행복을 안고 그 룩소르로 떠난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