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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프라이빗하우스 마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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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본격적인 사파리. 하루종일 동물들을 찾아 마사이마라를 훑고 돌아다닐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카메라맨 못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아침8시에 출발.

공원 정문을 들어서자 마자 가이드 죠셉은 마사이마라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가이드들과 쉴새없이
무전을 주고 받았다. 스와힐리어로 얘기를 나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동물들의
위치정보를 공유하는 듯 했다.

이제는 얼룩말, 임팔라가 풀 뜯는 장면 말고 좀 더 다르고 새로운 것을 보고 싶었고 다같이 일심동체가 되어
백사장에서 바늘도 찾을 수 있을만큼 눈알을 부라렸다. 그러던 중 갑자기 죠셉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빅5중의 하나인 표범이었다. 우리 같은 아마튜어는 보지도 못하고 지나쳤을 것 같은, 차로는 가까이 접근이 쉽지
않은 어느 나무 아래  살포시 앉아 있었다. 시동을 끄고 숨을 죽인 채 사진을 찍으면서 '마사이마라 야생 수컷
표범' 이러면서 한번 크게 표효해 주기를 바랬지만, 녀석은 방훼꾼들이 귀찮았는지 금새 일어나서는 나무 뒤편
수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때 보여준 표범의 자태와 무늬는 너무 아름다웠다.

사냥터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또 다른 동물들을 찾아서 마사이마라의 좀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넓고 넓은 초원에서 동물들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기전에는 온통 동물들로 득실거릴줄
알았다. 물론 아직 세렝게티에서 동물들이 넘어오지 않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초원은 너무 넓었다.
우리 성실한 가이드 죠셉의 능력에 의문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한 30분은 공허하게 바람에 찰랑대는 풀들만 바라보며 지나갔다. 간간히 그 풀속에 사자나 치타가 웅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상상도 하면서. 그리고는 코끼리 무리를 만났다. 일부 사람들의 탐욕의 대상인 하얀색의 크고
멋드러진 상아를 가진 코끼리 아저씨부터 옛날에 펠리칸이 물어다 준 바로 그 아기 코끼리 같은 작은 코끼리까지.
한 녀석은 걸어가면서 코로 풀을 뜯어먹는 잔재주를 선사하면서 우리 차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코끼리들과 헤어지고 나서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텔에 들러 잠시 휴식을 가졌다. 동물 보는 것도 좋지만
덜컹거리며 천천히 움직이는 차에서 몇시간을 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 듯 싶다. 그런데, 이 때부터 우리 둘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라니 설사를 동반한 복통이 나는 멀미를.

그다지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설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차멀미는 거의 하지 않는 내가 왜 멀미를 이토록
심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동물들이 나타나면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에 이동하는
동안에는 라니는 괄약근에 힘을 주어야했고 나는 잠으로 멀미를 이겨내려 용을 써야 했다.




















그 와중에 만난 반가운 친구. 라이온킹에도 나왔던 재미나게 생긴 녀석들. 금방이라도 두발로 일어서서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표범을 찾았다. 이번에도 차가 가까이 갈 수 없는 웅덩이 너머의 나무에 혼자
있었다. 짧은 지식 때문에 혼자 있는 표범이 괜히 안쓰러웠다. 잠시 후에는 역시 혼자 풀숲을 지나가던
사나캣이라는 얼굴은 고양이처럼 생겼고 몸통은 표범 같은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한몫에 몇몇 친구들을 만나고는 한동안 다시 풀과 나무와 하늘만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리곤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에 도착. 마라강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악어와 언제나 물놀이중인 하마를
보고 이동시기가 되면 죽음을 무릎쓰고 강을 건너가는 누우떼의 발자취도 챙겨보았다.












└ 중간중간 불룩 튀어나온 것들이 하마.





└ 조그만 원숭이, 라니의 바나나를 훔쳐가고 댄의 도시락을 호시탐탐 노렸다.

드디어 점심시간. 아침에 덩치 큰 요리사 아저씨가 챙겨준 도시락상자를 하나씩 건네 받았지만 차에서 내려도
멀미가 진정이 되지 않아 음식에 손도 되지 못하고 아침에 먹은 걸 도로 꺼내놔야했다. 그래도 어쩌랴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아프리카에 사파라를 왔고 동물의 왕국을 보기 위해 다시 미니밴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오후는 더 힘들었다. 고통을 멈추어주는 동물친구들마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전에 다양한 친구들을
보긴 했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오후는 정말 안습이었다. 얼굴에 식은땀이 맺히지는 않았지만 죠셉도
초조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른 가이드 친구들을 무전으로 애타게 불렀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돌아가기 직전 바위위에서 쉬고 있는 사자를 겨우겨우 발견. 죠셉은 구겨진 체면을 조금 폈지만 돌아가는
우리의 발길에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 있었다. 빅5중의 하나인 코뿔소도 못 보고 라니가 가장 좋아하는 치타도
못 보고. 거기다 몸까지 좋지 않으니 더 힘들었다.

사파리를 다녀와서 둘 다 침대에 쓰러져 버렸다. 라니의 설사는 멈추지 않고 나의 멀미도 멈추지 않고. 덩달아
한국음식 생각도 멈추지 않고. 여행 나온지 2달도 되지 않아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올까하는 얘기가 서로에게서
오고 갔다.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아프리카에서의 사파리 이틀째 날 저녁에....



└ 네 발 동물들에 비해 조금 외면 받는 분위기의 새들. 그들도 엄연히 동물의 왕국의 동물들이다.


└ 이제 빅5중 코뿔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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