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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 :: 35일] 열차는 열나게 달렸으면 싶다
    세계여행/아프리카 2009 2009. 11. 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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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놓아준 듯한 철로 위를 달리는 오래된, 역시 '메이드인차이나' 인 듯한 기차는 객차와
    객차 사이에 완충장치가 전혀 없었다.

    기차의 속도는 일정하지 않았고 불규칙적으로 속도가 줄어들 때마다 앞 객차를 찍고 들어갈 듯이
    부딪혔고 그만큼 큰 충격과 굉음을 일으켰다.

    낮에는 바깥 구경도 하고 맛없는 밥도 먹고 병콜라로  목도 축이고 좁고 한정된 공간이어도
    여러가지를 하느라 잘 모르고 지냈지만, 정말 칠흙 같은 어둠이 깔리고 오직 기차소리만
    들리는 밤에 잘려고 누우면 그 소음과 충격은 고스란히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보쌈을 해 가도 모를 정도로 잠을 자는 사람도 쉽지 않은 잠자리.

    그나마 역에 정차하면 편안하게 단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 그 편안한 시간이 잠결에도 이상하리라 느낄 만큼 길어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지만, 몸은 그 편한함을 감사히 느끼며 어제 설친 것까지 만회하려는 듯 더 깊게 잠으로 빠져 들었고
    숙면은 아침까지 이어졌다. 아침까지..

    그랬다. 기차는 선로 위에 그렇게 밤새 서 있었던 것이었다. 역도 아닌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기찻길

    어느 한 가운데에.. 잠을 깨고 난 후에도 기차는 마치 종점에 도착한 듯 서 있기만 했다.

    우리나라 전통 부채문양의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던, 우리 객차 담당차장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태연하게 식당칸을 쓸고 있던 웨이터에게 물었다.

    '왜 기차가 계속 멈춰 있나요?'
    '기관차가 고장났어요.'
    '그럼, 언제 출발하나요?'
    '그건 나도 몰라요.'

    제 시각에 도착하리라곤 기대도 안했지만, 이건 대박이었다.
    우리는 2가지가 염려스러웠다. 잘못하면 오밤중에 다르에스살람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과
    원래는 낮에 지나가서 기차에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국립공원을 해가 진 뒤에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것.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하지만, 웨이터에게서 황망한 대답을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부터 달려온 것인지, 밤새 달려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다른 기관차가 와서 교체되는 듯한
    움직임이 객차간 연결부위를 통해 전달되었다.

    아름다운 석양을 뒤로 하고 있는 동물들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며 제발 해지기 전에만 국립공원
    지역을 통과하라고 빌었건만,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음에도 기차는 어제와 똑같은 속도로 달렸고
    우리의 한가지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원망스럽고 실망스러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차라리 더 늦어져 아침에 도착해 다른 한가지
    걱정거리는 덜어줬으면 하면서 예정에도 없던 기차에서의 세번째 밤을 언제 도착할지도 모른채 맞이했다.






    * 그렇게 시간이 지체돼 안 먹어도 되었을 그 식당칸밥을 한끼 더 먹다.


    * 그렇게 시간이 지체돼 오후 늦게부터는 아예 물도 나오지 않았다.


    * 바나나가 저렇게 매달리는구나.


    * 저렇게 매달린 바나나를 통째로 잘라다 파는 아낙들.





    * 그 아낙들에게서 파파야를 사다 먹으며 지체된 시간을 떼우다.


    * 철길에서 만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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