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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타 키나발루 사바 주립 모스크, 걷고 또 걷고
    여행/코타키나발루 2016 2019. 1. 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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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2월 코타 키나발루 여행, 4일째.



    사바 박물관을 나서 사바 주립 모스크로 향하는 길.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그냥 평범한 길이어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사바 박물관에서 주립 모스크로 향하는 길도 그렇다.

    비록 대로인데다 날씨도 덥기 이를 때 없지만

    지나다니는 차들, 표지판, 가로수 등 모든 풍경이

    낯설고 그 낯설음으로 여행의 기분이 즐거워진다.


    조금만 덜 더웠어도 제대로 즐겼을텐데,

    너무 덥다. 많이 지쳐갈 때 즈음, 

    황금빛 지붕이 시선에 들어왔다.






    모스크, 참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모스크에 간 것이

    세계여행 할 때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였으니 

    참 오랜만이다.


    다행히 모스크는 개방되어 있었다.

    이슬람교의 율법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여자의 복장에 제한이 많은 것은

    잘 알고 있다.


    관리인이 라니에게 모자가 달린, 

    발등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긴 옷을 건네줬다.

    칠부 바지에 반팔을 입은 나는 그냥 통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여성의 운전이 허용된 것을 

    비롯해서 이슬람 국가에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에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날이 올까?


    시리아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 옷으로
    뒤덮힌 채 눈만 내놓고 다니던 여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모로코나 터키, 시리아에서 봤던 

    모스크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내부에 넓은 광장 같은 곳이 있고 곳곳에 화려한 타일

    장식은 종교를 떠나 모스크라는 공간에 반하게 했었다.


    하지만 이 모스크에서는 그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있는데 넓어서 찾지 못한 것일까?

    특히 발 씻는 곳이 우리의 대중목욕탕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조금 운치없게 느껴져 아쉬웠다.


    무언가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었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으로서의 

    편안함은 다름이 없었다.

    맨발로 차가운 돌바닥을 걷는 것도

    더위에 지친 여행자에게는 오아시스 같이 느껴졌다.


    비록 알라신을 믿지는 않지만 기도하는 공간에서

    잠시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시는 분을 바라보았다.

    주위에 계신 현지 분에게 여쭤보고 

    기도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그렇게 말레이시아의 한 부분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에 든든히 먹었던 호텔의 조식이 

    슬슬 소진되어 가는 듯 했다.

    주변에는 마땅한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푸드코트가 있었다.


    그런데 또 거리가 애매했다.

    걷기엔 조금 먼 듯 하고 택시를 타고 가기엔 짧은.

    하지만 이번에는 더운데다 허기까지 느껴

    택시를 타야겠다 싶었다.


    큰 길로 나가보았는데, 지나다니는 택시가 없었다.

    콜택시 같은건 있는지, 있다 해도 아는 번호도 없고

    검색도 영 신통치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일단 걷자.

    괜히 검정색 모자를 쓰고 왔다.



    걸어가다 만난 코타 키나발루 소방서.


    Balai Bomba dan Penyelamat 

    화재 및 구조 스테이션 (구글 번역)

    이건 아마 소방서,


    Jabata bomba dan Penyelamat

    Malaysia Negeri Sabah

    말레이시아 사바주

    화재 및 구조 부서

    이건 아마 소방청.


    난 왜 이런 게 궁금하고 

    또 찾아보는걸 재미있어 하는 것인지...



    그러고 보니 말레이시아도 자신들만의 

    문자가 없는가 보다.


    대충 찾아보니 영국의 지배 영향인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참 대단하다.

    몇십년간 일제 치하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냈으니 말이다.




    조금씩 목적지에 가까워져 갔지만 그만큼 지쳐갔다.

    가는 길에 그 흔한 편의점 하나 보이질 않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힘들게 도착한

    푸드코트가 실외에 있다라는 것.


    지붕이 덮혀 있고 대형 선풍기가 있긴 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금새 증발시켜주고 오싹함 마저 감도는

    에어컨 바람 가득한 실내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음식점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 시원한 음료수 들이키고 배를 채우니

    살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의자에 푹 기대어

    한동안 쉬었다.



    여기는 푸드코트에 공원, 바로 옆에는 호텔도 있으니

    당연히 택시가 있겠지.

    이제 시내로 돌아갈까 하고 일어났는데 아무리 

    서성거려도 택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 그레이스 포인트 푸드코트에서 

    시내까지가 대략 2km.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릴 거리.

    에라 모르겠다. 다시 걷자.


    시내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푸드코드가 껴 있는 공원을

    둘러보았다. 구글 지도에는 더블 식스 기념공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니 추모공원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1976년 6월6일, 여기 사바주의 수상과 장관들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모두 돌아가셨다고.

    여기가 바로 비행기가 추락했던 곳이라고 한다.

    http://www.sabahtourism.com/destination/double-six-monument



    대로변으로 나와 길을 건너니 수상가옥 마을이 

    보였다. 고인물에 쓰레기가 가득했고

    집은 무척 낡아 있었다. 


    코타 키나발루의 이면을 우연히 보게 된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우리 앞에 망망대로가 나타났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제대로 된 인도가 없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는지 풀이 나지 않은,

    흙이 드러난 길이 있었다.

    신축 공사장의 펜스가 도로로 내모는 것 같아

    마음을 더 심난하게 했다.


    저 외국인들은 왜 저길 걷는걸까? 하는 

    의문의 눈초리가 지나가는 차들에서 

    쏟아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그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까지 

    더해져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힘겹게 시내에 도착했다.

    마침 발견한 KFC로 급히 들어가 털썩 주저 앉았다.

    무거운 발걸음 겨우 옮겨 콜라를 받아 벌컥 들이켰다.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고 재미지'라고 하기엔 

    너무 의미없고 힘들기만 한 길이었다.

    그래도 별탈 없이 무사히 돌아왔음에 감사하며

    코타 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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