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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45일] 끝.
    세계여행/홍콩_마카오 2010 2012. 7.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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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4 . 1 3 . 화 | 중국 홍콩 -> 대한민국 서울 China Hongkong -> Korea Seoul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날이었다.

    집 떠난지 345일째, 11개월하고도 9일째.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우리집'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가고 싶은 집이었다.
    어느 날은 음식이 또 어느 날은 내 책상이 간절히 그리웠다.
    몸이라도 아픈 날이면 집에 대한 그리움은 곱절을 넘어섰다.

    그런데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면서 그런 마음에 다른 마음이 파고 들었다.
    지금 꼭 돌아가야 할까? 이상한 마음이었다.
    콕 집어 더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집에 가는 것만은 빼고 싶다.
    가고 싶으면서도 가기 싫은 이 마음은 도대체 뭘까?

    돌아다닐만큼 돌아다녔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래서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건 남아있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닌가보다.
     


    홍콩공항에 들어섰다.

    344일전에도 홍콩공항에 있었다.
    남아공으로 가는 길에 비행기를 갈아타야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1년 동안 세상을 누비고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어떤 마음이 들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1년 동안 여행을 한다는 것 조차 실감이 나지 않던 날이었다.

    이런 마음이구나.
    얼른 가고 싶으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탈까 말까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돌아서버리는 영화 같은 그런 일은 없었다.
    순순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좌석 앞 모니터 속 작은 비행기가 점점 한국으로 다가갔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순간이다.

    이런 저런 상상에 잠겼다.
    창 밖의 구름 위 하늘은 이제 한동안 못 보겠지?
    기내식은 언제 다시 먹어볼 수 있을까?

    비행기에서 내릴 때 느낌은 어떨까?
    한국 입국도장을 여권에 찍을 때는?
    입국장으로 나가는 자동문이 열릴 때는 또 어떨까?




    드디어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내려 앉았다.
    지난 344일의 여느 때처럼 익숙하게 배낭을 찾았다.
    344일 전만 해도 때 하나 묻지 않은 깨끗했던 배낭들.
    세계 각지를 굴러다니다 돌아온 배낭을 메고 나섰다.

    한국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이 귀에 쏙쏙 박혀들었다.
    사방에 널린 한글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 뿐이었다.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았던 많은 것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마치 공항에 배웅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 같았다.
    자연스럽게 지갑을 공항철도 개찰구에 갖다 대었다.
    오히려 4월임에도 전철 문이 열릴 때마다 파고 드는 싸늘한 바람이 더 어색했다.
    그렇게 적응이라는 단어를 쓸 사이도 없이 금새 한국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더 꿈만 같다.
    지구 저 반대편까지 갔다 왔다는 것이 꿈을 꾼 듯 서울의 하늘에서 하늘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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