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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프라이빗하우스 마드레


1 0 . 0 4 . 1 3 . 화 | 중국 홍콩 -> 대한민국 서울 China Hongkong -> Korea Seoul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날이었다.

집 떠난지 345일째, 11개월하고도 9일째.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우리집'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가고 싶은 집이었다.
어느 날은 음식이 또 어느 날은 내 책상이 간절히 그리웠다.
몸이라도 아픈 날이면 집에 대한 그리움은 곱절을 넘어섰다.

그런데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면서 그런 마음에 다른 마음이 파고 들었다.
지금 꼭 돌아가야 할까? 이상한 마음이었다.
콕 집어 더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집에 가는 것만은 빼고 싶다.
가고 싶으면서도 가기 싫은 이 마음은 도대체 뭘까?

돌아다닐만큼 돌아다녔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래서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건 남아있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닌가보다.
 


홍콩공항에 들어섰다.

344일전에도 홍콩공항에 있었다.
남아공으로 가는 길에 비행기를 갈아타야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1년 동안 세상을 누비고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어떤 마음이 들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1년 동안 여행을 한다는 것 조차 실감이 나지 않던 날이었다.

이런 마음이구나.
얼른 가고 싶으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탈까 말까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돌아서버리는 영화 같은 그런 일은 없었다.
순순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좌석 앞 모니터 속 작은 비행기가 점점 한국으로 다가갔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순간이다.

이런 저런 상상에 잠겼다.
창 밖의 구름 위 하늘은 이제 한동안 못 보겠지?
기내식은 언제 다시 먹어볼 수 있을까?

비행기에서 내릴 때 느낌은 어떨까?
한국 입국도장을 여권에 찍을 때는?
입국장으로 나가는 자동문이 열릴 때는 또 어떨까?




드디어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내려 앉았다.
지난 344일의 여느 때처럼 익숙하게 배낭을 찾았다.
344일 전만 해도 때 하나 묻지 않은 깨끗했던 배낭들.
세계 각지를 굴러다니다 돌아온 배낭을 메고 나섰다.

한국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이 귀에 쏙쏙 박혀들었다.
사방에 널린 한글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 뿐이었다.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았던 많은 것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마치 공항에 배웅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 같았다.
자연스럽게 지갑을 공항철도 개찰구에 갖다 대었다.
오히려 4월임에도 전철 문이 열릴 때마다 파고 드는 싸늘한 바람이 더 어색했다.
그렇게 적응이라는 단어를 쓸 사이도 없이 금새 한국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더 꿈만 같다.
지구 저 반대편까지 갔다 왔다는 것이 꿈을 꾼 듯 서울의 하늘에서 하늘거린다.




댓글
  • 프로필사진 제이슨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
    캐나다가 밴쿠버와 록키만 있어서 아쉬웠지요. ㅎㅎ
    책은 많이 팔리고 있는지요?
    2012.07.13 09:17 신고
  • 프로필사진 따땃 먼 곳에서 이렇게 잊지 않고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이슨님. ^^
    저도 캐나다 일정이 줄어 참 많이 아쉬웠답니다.
    언젠가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오겠죠.

    책은.. ㅎㅎ 낸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
    2012.07.14 01:52 신고
  • 프로필사진 로댕의 생각하는사람 부렵네요..나도 세개릴주하면서 블러드나 페이스북에 소식전하고 싶은데 대구에서 이지랄 하니까? 안하면 후회 할것 같고 2012.07.13 09:31 신고
  • 프로필사진 따땃 안해서 후회할 것 같은 일은 하고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
    2012.07.14 01:54 신고
  • 프로필사진 노마 여행만큼이나 대장정이었던 포스팅! 대단하십니다. ^^
    요즘 너무 바빠서 남미에서 아직 진도를 못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볼 수 있는 여정이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에 즐겁습니다.
    그동안 좋은 여행기 올려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
    2012.07.13 09:33 신고
  • 프로필사진 따땃 네, 정말 오랫동안 끌어가며 겨우 마쳤네요. ㅎ
    긴 여행기 함께 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
    2012.07.14 01:56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2.07.13 22:23
  • 프로필사진 따땃 비록 온라인상이긴 하지만
    세계여행을 계기로 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인연 이어갈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제 오프라인으로 이어질 만남을 기대해야겠어요. ^^
    축하 감사하구요, 준비 잘 하시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2012.07.14 02:03 신고
  • 프로필사진 삼일공 한달 남짓 남은 여행이라....더 다가오네요 ㅠㅠㅠ 빨리 돌아가고 싶기도 조금 더 방황하고싶기도 하네요 2012.07.14 01:08 신고
  • 프로필사진 따땃 긴 여행중이시군요.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행복한 발걸음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
    2012.07.14 01:58 신고
  • 프로필사진 idmolla 이제 여행기는 끝인가요? 아쉽네요.
    오래전에 한국으로 들어가신 것일텐데
    이제 막 들어가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은요 항상 들어설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아무래도 제가 한국사람이긴 한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방문해도 낯설음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다가오는 곳이고..

    그런 기분들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이 곳에 무슨 얘기들로 채워질 지 궁금합니다.
    행복하세요.
    2012.07.18 03:12 신고
  • 프로필사진 따땃 아쉬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 사진만 보관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 이틀 날이 지날수록 여행의 기억은 점점 지워질테고
    그래서 하루 하루의 기록을 모두 남기고 싶었지요.
    여행한 날보다 더 오랜 시간에 걸쳐 꾸역꾸역 적어왔는데 드디어 끝이 났네요.
    스스로를 위한 기록으로 시작한건데 이렇게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록 같은 사진이 조금 남아 있어요.
    그리고 난 후에는... 소소한 제주에서의 일상으로 채워가지 않을까 싶어요.

    idmolla님은 어떠세요?
    또 다른 여행을 다녀오진 않으셨어요?
    요즘 통 글을 올리지 않으셔서.. ㅎ^-^
    2012.07.18 23:25 신고
  • 프로필사진 sook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같이 여행한것 같네요. 글 잘쓰셔서 작가해도 될듯 하네요 2014.09.19 17:33 신고
  • 프로필사진 따땃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읽어주셔서 그리고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되세요~ ^^
    2014.09.19 23: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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