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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27일] 밴쿠버를 걷고 걷다
    세계여행/캐나다 2010 2012. 5.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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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2 6 . 금 | 캐나다 밴쿠버 Canada Vancouver


    갈등이 많았다.
    록키(Rocky)에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가자니, 날씨가 걱정이었다.
    아직 눈 가득 쌓인 그 곳.
    우린 겨울 옷이 없다시피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겨울보다는 다른 계절의 모습이 더 이쁜 것 같았다.

    안 가자니, 밴쿠버에서만 지내기에는 주어진 날이 너무 많았다.


    어젯밤 우리의 고민을 들으신 민박집 주인 아저씨께서 조언을 주셨다.
    금강산이 계절별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그만큼 계절마다 나름의 아름다움이 다르다는 의미이겠지.
    금강산처럼 계절별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록키도 그러하다.



    그리하여 록키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밴쿠버답게 한인여행사가 있었다.
     
    11개월 가까이 다니고 있는 이번 여행에서 한인여행사의 투어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가이드팁과 식당의 팁으로 일정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도, 그것을 별도로 지불하는 것도 처음이다.
    하긴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국여행사의 단체여행을 이용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해외에 있는 여행사지만 영업방식은 한국과 똑같다.

    이해할 수 없는 팁 지불방식, 거기다 안내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분명히 여행 중 들르게 될 가게에서의 쇼핑 회유.
    그런 것들 때문에 망설이다 결국은 이용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 많은 경우에 있어 우선순위에 오르는 돈.
    그것 때문에 다른 불편은 감수하기로 했다.



    일단 예약만 하고 점심을 먹으러 여행사 근처의 한국 식당에 갔다.
    가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글 메뉴가 펼쳐졌다.
    주방에도 식탁에도 온통 한국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익숙한 한국말.
    우린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괜히 왔나?

    근처에는 어학원이 있었다.
    물론 그 어학원의 많은 학생들은 한국사람.
    순간 궁금했다.
    과연 여기서 영어 공부가 제대로 될까?




    현금을 인출해 여행사에 투어비를 지불하고
    스탠리파크(Stanley Park)를 향해 걸었다.
    생각보다 멀었지만 시내 구경하며 걸었다.
    공원에 도착했을 땐 너무 지쳐버렸다.
    지도로만 봐도 정말 큰데.. 
    빨리 자전거 빌려야하는데...
    아 참, 공원에는 자전거대여소가 없지?!!

    자전거 대여소가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면서 그냥 걸어버렸다.
    당연히 공원 가는 길에 나타나겠지 안일하게 생각하고 지도에서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냥 공원으로 들어와버렸다.
    공원 안에는 자전거대여소가 없다라는 사실이 공원 안으로 들어온 후에야 생각났다.

    뒤늦게 지도에서 자전거 대여소를 찾았다.
    너무 많이 지나왔다.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내소 겸 매점에서 커피를 샀다.
    종아리를 만지작거리고 발목을 돌렸다.
    신발을 벗어 발바닥도 주물럭거렸다.

    자전거는 물건너갔다.
    걷기로 했다.
    마차도 있었지만 차라리 내 발이 아픈게 낫다.
    다 둘러보기엔 무리일 것 같고 공원의 동쪽 부분만 거닐기로 했다.

    공원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면
    공원 둘레를 한바퀴 빙 도는 건 크게 무리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공원안내지도에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와 있었다.

    그나마 조금 보이던 파란 하늘도 구름에 가려버렸다.
    햇빛 한 점 없는 스산한 날씨, 몇 점의 빗방울로 그친 것이 감사한 흐린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은 멋졌다. 캐나다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냥 캐나다답단 생각이 들었다.




    줄기차게 걷는 하루다.
    공원을 나와 개스타운(Gastown)까지 또 걸었다.
    기념품 가게 들락거리며 걸었다.







    증기시계가 여섯시를 알리며 흰 연기를 뿜어냈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한산해졌다.
    이제 우리도 집에 가야겠다.

    전철역까지 또 걷는다.
    가는 길에 차이나타운이 있어 조금 둘러 걸었다.
    하지만 거기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길을 잘못 들어 차이나타운 변두리를 지나가나 싶을 정도였다.
    밴쿠버의 금요일 밤을 불태우는 곳은 따로 있나 싶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밴쿠버에서의 하루가 마감되었다.
    어제 사다 놓은 밑반찬을 꺼내고 계란찜을 만들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떡을 가져다 주셨다.

    다 먹고 설겆이하고 있는데 어제의 그 단체손님들이 몰려들어왔다.
    랍스터와 게를 사왔다며 같이 먹자고 하신다.
    덕분에 입이 호강한다.
    우린 내어드릴 것도 없고 그저 감사한 마음만 나눠드린다.

    양양군청에서 오셨단다.
    설악산 어디엔가 케이블카를 만들 계획이라 견학오신거라고.

    세계여행중이고 끝나간다고 말씀드리니
    대단하다, 부럽다, 어디가 제일 좋았나, 경비는 얼마나 드나 순서의 만류공통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지다 1시 넘어서 파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아무런 연도 없고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음식을 나눠먹고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다른 공간에선 함께 있었더라도 서먹서먹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인데.
    이런 게 여행의 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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