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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25일] 밴쿠버의 한적한 동네에서
    세계여행/캐나다 2010 2012. 5. 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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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2 4 . 수 | 캐나다 밴쿠버 Canada Vancouver


    아침에 일어났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왜 그리도 침대 밖으로 나오기가 싫은지.
    이불에 파묻혀 있다 다시 잠이 들었다.
    늪 위에 누워 있는 것처럼.

    다시 눈을 떴을 땐 12시가 넘어 있었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으로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먹긴 먹어야 할 것 같아 일어났다.
    더 이상 누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얕은 죄책감도 들었다.

    물을 끓이고 라면을 넣었다.
    후루룩. 라면 없는 세상은 어떨까?
    모르면 모른 채 살았겠지?
    맛을 보았으니 없는 세상은 상상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 때문인지 둘 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라니는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나도 침대로 함께 들어가긴 했지만 눈을 감진 않았다.
    침대헤드에 머리를 기대고 베개에 목을 기댔다.
    배에는 작은 노트북을 얹었다.
    어제 보다만 밴쿠버 여행기를 훑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원래 캐나다 여행은 한 달로 잡아놓았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장인어른의 작고로 조기귀국이 결정되었다.
    캐나다 여행은 절반으로 줄었다.
    마음의 불편함에 여행 막바지의 피로까지 겹쳐 전의가 많이 상실되었다.

    보름도 적지 않은 시간이다.
    캐나다 동부에 다녀와도 될 기간이다.
    그 곳엔 나이아가라가 있다.
    빅토리아폭포, 이과수폭포와 마주했으므로 세계 3대 폭포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절호의 챤스.
    하지만 동부 여행은 '다음 기회에'로 접어두기로 해 버렸다.




    비 오는 날이 많은 밴쿠버의 봄이란다.
    내일도 비 예보가 떨어진 가운데 오늘은 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냥 보내서는 안 될 날씨인 것 같다.
    '방 콕' 하려고 했는데 동네 산책이라도 해야 할 거 같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호수와 공원이 있다고 해서 슬슬 걸어갔다.

    숙소 바로 앞의 초등학교에 한 가족이 있었다.
    잔디밭에 두 딸이 뛰어놀고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
    그림이 따로 없다. 마치 홍보영상에서 연출한 장면 같았다.

    버나비(Burnaby)호수와 공원도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손이 닿은 '공원'이지만 그것을 최소화한 것 같았다.
    자연미 물씬 나는 공원이었다.









    담이 없거나 낮은 목조주택 앞 푸른 잔디,
    그 앞에 시멘트로 된 보도,
    그리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넉넉한 찻길,
    귀에 익숙한 억양의 영어.
    미국 영화나 드라마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갔다 온 사이에 라니가 저녁을 준비해 놓았다.
    힘들어 하더니 그래도 정신을 좀 차렸나보다.
    보글보글 김치찌개, 주인댁에서 주신 잡채, 부들부들 계란찜,
    멕시코시티에서 산 김, 그리고 하얀 쌀밥.
    보기엔 단촐하지만 우리에겐 진수성찬.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돌아가면 지겹게 먹을 음식이지만 맛있다.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똑같은 음식이지만 분명 다른 맛이다.


    설겆이를 하는데 주인아저씨께서 내려오셨다.
    커피 한 잔 하겠느냐며 초대를 하셨다.
    캐나다 이야기, 우리 여행 이야기, 아저씨의 인생 이야기에 시간이 술술 흘러갔다.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두번째 밤이 깊어가는 것을 새벽 3시까지 느꼈다.
    별로 한 것은 없지만 참 느낌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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