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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프라이빗하우스 마드레


1 0 . 0 3 . 1 5 . 월 | 쿠바 아바나 -> 멕시코 칸쿤 Cuba Habana -> Mexico Cancun


쿠바에서의 마지막 식사.
주인 후고는 어제 아침식사 때는 내놓지 않은 계란 후라이를 차려줬다.
어제 아침식사 때는 과일로 파파야와 구아바를 줬었다.
라니는 구아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후고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렸었다.
오늘을 바나나를 줬다. 나름 신경을 쓰는 것 같아 흐뭇했다.
짧은 시간이었고 아마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테지만 아무튼 반가운 인연이었다.



중앙공원쪽으로 걸어나와 택시를 찾았다.
공항까지 25CUC를 부르는 택시도 있고 20CUC를 부르는 이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봐 둔 것으로는 15CUC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클래식카라고 해야하나 올드카라고 해야 하나-
쿠바의 명물, 옛날 자동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섰다.
자세히 보니 작은 택시 간판이 달려있다.
15CUC를 불렀다.

산타 클라라(싼따 끌라라 Santa Clara)에서도 그랬지만 굴러가는 자체가 신기하다.
생각보다 잘 달리긴 한다. 하지만 노병이 죽지는 않았을지언정 노병은 노병이다.
주변에 함께 달리는 차가 없음에도 차 어딘가로부터 매연 냄새가 흘러나왔다.
다른 차들이 함께 달리면 그 차들로부터 나오는 매연까지 더해져 힘들었다.
에어컨은 기대할 수도 없음으로 창문은 열어놓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참 잘 가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뒤따라 붙었다.
앞지르지는 않고 뒤에서 수신호로 차를 세우라고 한 모양이다.
어디서건 지은 죄 없이도 경찰이 부르면 괜히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

경찰은 우리가 탄 차로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 기사 청년이 차에서 나가 경찰에게 갔다.
힐끔 쳐다봤다. 아무 일 없이 공항으로 갈 수 있길 바라면서.

다행히 잠시 후 기사는 돌아왔고 그리고 출발했다.
말이 통 통하지 않으니 무슨 일이었는지 물어볼 수가 없다.
고요함 속에 묵묵히 공항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공항까지 타고 온 파란색 택시.





쿠바 아바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의 입국 심사대에는 문이 달려 있었다.
출국 심사대도 마찬가지였다.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구조다.
보통 이민국 관리들이 앉아 있는 곳에만 낮게 칸막이가 있는데
여기는 희한하게 문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쿠바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마쳤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체제가 다른 나라라 여느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거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건 마치 다른 세계,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문을 열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강한 빛이 쏟아지며 훅 빨려들어가는.. 그런..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하는 듯 하다.





수많은 나라의 국기가 걸려있었지만 태극기는 찾을 수 없었다.


출국도장을 찍을 때 관리에게 부탁했다.

나는 미국에 가지 않으니 여권에 쿠바 출국도장을 찍어도 됩니다.
내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어주세요.

하지만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관리에게서 출국심사를 받은 라니는 여권에 출국도장을 받아왔다.
역시 줄을 잘 서야하는건가...





늘 그렇듯이 아쉽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몰라서 그렇고,
섬이라서 더 그런 것 같고 쿠바라서 더 그런 것 같다.
혹시 다시 오게 된다하더라도 그 때는 중국처럼 많은 것들이 너무 변해 있지는 않을까 싶어 그렇기도 하다.



숙소에서 만났던 일본인 여행자와 한국인 여행자를 우연히 공항에서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탔다.

쿠바나(Cubana)항공이라고 크게 씌여져 있다.
쿠바 국기도 그려져 있고 외관도 말끔했다.

멕시코에서 올 때 탔던 비행기도 쿠바의 쿠바나항공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어디에도 쿠바나란 글자는 적혀 있지 않았다.
쿠바 국기도 없고 비행기 옆면에 엉뚱하게도 멕시코 국기가 붙어 있었다.
거기다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비행기를 타나 했는데 아니었다.
겉만 멀쩡했다.



도착할 때쯤엔 바닥 옆면에서 드라이아이스 같은 흰 연기가 막 나왔다.
아바나의 올드카들이 어떻게 지금까지도 거뜬히 질주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쿠바의 인상은 강하게 남는다.






멕시코에서 사들고 갔던 쌀이 남았다.
칸쿤공항에서 그 쌀을 압수했다.
멕시코에서 사간 것이라고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얼마 안 되지만 아깝다.


내일 멕시코시티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다.
하룻밤 자기 위해 시내로 들어가 숙소 잡으려니 너무 번거롭고 귀찮다.
혹시 오늘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있는지 알아봤다.

자리가 없단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한단다.
설사 탈 수 있다해도 500페소(약 46,000원)을 더 내야한단다.

칸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표를 샀다.




쿠바에 다녀오기 전에 머물렀던 숙소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조금 멀어 낑낑대며 걸어가는 길, 버거킹을 만났다.

때를 한참 놓친 점심.
감자칩을 입에 무는데 반가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벽에 무선인터넷이 무료라고 씌여져 있었다.

쿠바에서의 이주일 동안 인터넷에 한번도 접속하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가 흔하지도 않고 있어도 이용료가 무척 비쌌던 쿠바.
99년 두루넷을 처음 집에 연결한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오프라인 상태였던 건 처음이었다.

햄버거 금방 먹고 나면 곧장 숙소에 갈 것이고
숙소에 가서 인터넷 써도 될 것을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노트북을 꺼냈다.
왠만하면 공공장소에서는 노트북을 꺼내지 않는데도..

메일은 몇통이나 쌓여있을까, 블로그에는 누가 댓글을 달아놓았을까,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부팅 시간이 다른 때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별로 반갑지도 않은 광고메일이 더 많을테다.
평소에도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는 블로그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조바심이 나고 마음이 콩닥거릴까?
이런 것이 중독이란걸까?




설레임으로 인터넷을 연결해 블로그를 열었는데
그 곳에는 뜻밖의 소식이 남겨져 있었다.
라니와 마주 앉아 혼자서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만 일시정지가 되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대.


라니도 일시정지가 되었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잡아 돌려서는 직접 확인했다.

장인어른은 병상에 계시긴 했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1년은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감히 여행에 나설 수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닥쳐 난감했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은 벌써 일주일이 흘러버렸다는 것.
쿠바에 있는 내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 이제서야 알은 것이다.
한국에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블로그 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얼른 숙소로 향했다.
원래는 도미토리에서 묵으려고 했지만 2인실을 잡았다.
노트북을 다시 켜고 인터넷전화를 연결해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기도 곤란한 상황.
설사 간다해도 장례식을 비롯해 모든 것이 정리된 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행이 의미있고 가능할까?
마음이 엉켜갔다.


가족과 상의 끝에 여행일정을 줄이고 49제에 맞춰 귀국하기로 했다.
49제는 1년을 채우고 귀국하기로 한 날보다 보름 정도 앞이었다.
지금부터는 한달 가량 남았다.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는 건 의미가 없을 듯 했다.
어렵게 결심하고 준비해 나온 여행이다.
여행기간은 최소한 축소하되 49제에는 참석해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리지 못한 자식의 도리를 조금이나마 만회하기로 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이어가야할 여행이지만 한편으론 더 열심히 다녀야 할 것 같다.
쉽게 가지기 힘든 이 기회, 세계여행. 흐지부지 끝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다녀야 하늘에 계신 아버님도 더 흐뭇해 하실 것 같다.




.숙소 바로 옆 마트 안에서 타코 2개씩으로 간단하게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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