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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프라이빗하우스 마드레




쿠바에서 코카콜라 혹은 펩시콜라는 산삼 만큼이나 구하기 힘들다.
대신 그들만의 콜라가 있다.
Tucola라는 이름의 콜라만 있는 줄 알았다.
헌데 어제 Tropicola라는 이름의 다른 콜라를 발견했다.
쿠바 콜라계의 양대산맥인가.?
맛은 둘 다 엇비슷했다.



1 0 . 0 3 . 0 9 . 화 | 쿠바 트리니다드(뜨리니다드) -> 산타 클라라(산따 끌라라)
1 0 . 0 3 . 0 9 . 화 | Cuba Trinidad -> Santa Clara



숙박비를 치르고 마을 중앙 공원 벤치에 앉았다.
예매해 놓은 버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조금 앉아 있다 피자를 사왔다.
주말에는 문을 닫았던 가게다.
어제는 해변에 다녀온 사이에 문을 닫아버렸다.
떠나는 오늘에서야 맛을 보게 되었다.

가게 모양새는 쿠바 외의 어느 나라에서나 봐왔던 보통의 패스트푸드점 같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가게 이름도 El Rapido(The Rapid).

하지만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빠르지 않았다. 주문이 산더미 같이 밀린 것도 아니었다.
냉동된 피자를 녹여 데우기만 하면 되는 건데 어쩜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버스 시간이 다가왔다.
큼직한 배낭을 메고 버스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작은 마을. 적당히 탈만한 무언가도 없고 그 무언가를 타고 가기엔 가깝고 걷기엔 조금 먼 거리.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배낭을 앞뒤로 멘 동양인의 모습은 어색했다.

작고 낡은 터미널의 대합실에 배낭을 내렸다.
어제 여행사에서 산 표를 주고 버스표를 받았다.

그리고 버스에 배낭을 실었다.
짐칸 앞에는 남자 둘이 있었다.
그리고 짐칸 입구 한켠에는 작은 바구니가 있었다.
그 바구니에는 지폐와 동전이 들어 있었다.
배낭을 받아 짐 칸에 넣고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아르헨티나 이후로 오랜만이다.
버스에 짐 싣는 이가 팁을 요구하는 것.
피자를 사고 남은 1CUC짜리 동전이 주머니에 있었다.
생각없이 그걸 그냥 던져 버렸다.

던지고 나서 바구니를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던진 건 외국인용 화폐. 내국인용 화폐의 24,5배되는...
다시 집어들고 싶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낙장불입.



버스는 다 차지 않았지만 정시에 출발했다.
Cienfuegos라는 도시에서 사람들을 내려줬다.
새로운 사람들을 태운 후 다시 달려 산타 클라라에 도착했다.

트리니다드에서처럼 터미널을 나서니 숙소 호객꾼들이 성대하게 맞이를 해줬다.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어떤 아저씨는 한국 가이드북에 자기 집이 나와있다며 복사 해 온 것을 내밀기도 했다.
그렇게 경쟁적으로 들이대는 이들 중 20CUC에 부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아저씨를 따라가기로 했다.

아저씨, 차도 없다. 걸어가려고 했다.
가이드북 지도를 보니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터미널은 지도의 그 터미널이 아니었다.
시내에 도착할 때 쯤 어깨가 내려앉을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한 후에는 마음까지 내려앉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는 숙소의 주인이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호객꾼일 뿐이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그 사이에 얘기가 오고 갔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눈치밥에 의해 대충 상황은 파악된다.
부엌 쓸 수 있다고 얘기하고 데려왔다. 부엌 못 내준다.
뭐, 대충 그런거지.

그는 이 집에 자리가 없다며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는 말로 우리를 잡아두려했다.
하지만 날은 자꾸 어두워지는데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한 번 솎임수를 쓴 그를 따라 이 밤을 헤매일 수는 없다.
됐다고 하고는 그 집을 나왔다.

가이드북에 부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 집을 찾아나섰다.
그가 뒤따라왔다. 다른 집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과감하게 무시했다.




그렇게 찾아간 집은 정말 자리가 없었다.
그 맞은 편에 있는 숙소도 만실.
밖은 이제 많이 어두워졌다.
주인 할아버지, 우리가 안 되어 보였는지 기다려보라며 전화기를 들었다.
주인이 올꺼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한참 지난 후 인상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시 배낭을 메고 아주머니를 따라 나섰다.
부엌을 쓸 수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저 아주머니의 집이 나쁘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아주머니의 인상에 기대를 걸며 걸어갔다.
낯선 길을 제법 걸어갔다. 어깨가 다시 무너져 내릴 것 같을 때쯤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집은 괜찮다.
그리고 영어를 아주 조금 할 줄 아는 딸이 있다.
아주머니를 닮아 그녀 역시 선해보였다.

인스턴트 누들을 먹을 건데 뜨거운 물을 좀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밖은 이제 완전히 깜깜해졌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어두운 밤길을 어슬렁거리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나가기도 귀찮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짧은 찰나 귀가 있는대로 쫑긋해졌다.

괜찮다고 했다.
대신 다른 손님이 저녁을 주문했는데 그들의 식사 후에 먹으라고 했다.
라면을 먹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사하게 기다릴 수 있다.



방으로 돌아와 짐을 풀었다.
화장실을 휙 둘러보는데, 앗, 변기에 플라스틱으로 된 앉는 부분이 없다.
그렇다고 변기가 엉덩이를 걸칠 수 있을 만큼의 크기도 아니었다.
그냥 무심결에 앉았다간 변기에 엉덩이가 빠져버릴...

따님을 불렀다.
딱히 그 부분을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랐다.
화장실로 불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의 떠듬떠듬 영어는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
쿠바에는 그런 곳이 많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물자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지금 짐을 도로 싸서 다른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웃기고.
큰 일 보기가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냥 어떻게든 쓰는 수 밖에.
알겠다고 하고 그녀를 내보냈는데 잠시 후 다시 와서는 다른 집을 원하는지 물어왔다.
괜찮아요. 그냥 쓸께요.



어두운 방에 우두커니 서 있는, 좋게 말해 고풍스런 텔레비전을 켰다.
나오기는 할까 싶었는데 채널이 몇개 되지 않아서 그렇지 나오기는 했다.
몇 되지 않는 채널을 돌려가며 처음으로 쿠바의 방송을 구경했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나가보니 따님. 식사가 끝났다고 했다.

부엌에 가 보니 가스렌지에서 이미 물이 끓고 있었다.
그릇도 2개를 가지런히 꺼내놓았다.
거기다 먹고 나서 설겆이를 하려는데 따님이 한사코 하지마라고 말렸다.
그냥 예의상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뜯어 말렸다.
결국 그릇 하나만 씻고 수세미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고생 끝에 오게 된 집인데 고생한 보람이 있다.
마음 씀씀이 하나 하나가 고맙다.
덕분에 포근한 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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