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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00일] 모든 것 포함 호텔
    세계여행/중미 2010 2011. 12.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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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2 . 2 7 . 토 | 멕시코 칸쿤 Mexico Cancun


    역시나 도미토리는 불편하다.
    지난 밤, 자정을 넘긴 시각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이층 침대의 이층에 자리를 잡았고
    그리고 새벽에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왔다.
    잠결에 헤아린 것만해도 네번은 되는 것 같다.
    제대로 잠을 설쳤다.

    싸게 자는 것이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도미토리는 피해야겠단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예민한 성격도 한 번 더 탓했다. 눈을 감으면 이내 곯아떨어지고 세상 모른 채 자면 얼마나 좋을까?



    몸은 찌뿌둥하지만 어쨌든 오늘은 기대만발의 날이다.
    바로 칸쿤 호텔존에 있는 호텔에 가는 날.
    럭셔리한 2박3일이 옥빛 카리브해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호텔 가기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나섰다.
    배낭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버스 타고 간 뒤 배낭 메고 걸어서 호텔로 들어가는 것도 영 어색할 것 같아 택시를 타기로 했다.

    마트 앞에서 택시를 세워놓고 기다리는 기사에게
    호텔 이름을 보여주며 가격을 물어보니 160페소를 불렀다.
    제끼고 나니 다른 기사가 와서는 120페소를 제시했다.
    100페소로 흥정을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에라이.
    외곽으로 나가는 것도 아닌데 미터기로 가면 얼마나 좋아.
    몸은 불편해도 속편하게 버스 타고 말지.
    둘이 합쳐 15페소인 버스를 잡아탔다.




    버스 기사에게 어디서 내려야할지 물어봐놨다.
    그런데 아무리 가고 가도 얘기를 해 주지 않았다.
    호텔은 분명 섹션A에 있다고 했는데...

    버스는 거의 비워졌다. 그리고 멈췄다. 내리라고 했다.
    정류소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된다고 했다.
    참 어렵다.

    그 버스는 또 언제 오려나.
    에라이. 택시 타고 가자.
    그런데 이번엔 택시가 잘 지나다니지 않는다.
    겨우 한 대 잡았다. 

    120페소를 불렀다.
    이 아저씨가 장난하나.
    시내에서도 120페소를 불렀는데 호텔존 한가운데서 똑같이 부르다니.
    흥정에 돌입해 90페소까지 내리고 배낭 실으려고 트렁크 문을 연 순간택시 한 대가 더 왔다.

    라니가 달려가 물어보니 70페소를 불렀다.
    앞의 기사분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뒤의 택시를 탔다.



    알고 보니 호텔은 섹션A가 아니라 시내에서 가장 먼 섹션C에 있었다.
    알고 보니 시내에서 섹션C까지 가는 버스도 있었다. 버스를 잘못 탄 것이었다.

    어찌 되었던 유명한 휴양지의 호텔로 가는데 참 모양새 안 난다.



    이번 여행에서, 지난 9개월동안 숙소 앞에서 직원에게 짐을 맡겨보기는 처음이다.
    대부분 트렁크인데 우린 낡은 배낭.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조금 민망하긴 했다.

    체크인을 하니 안내 직원이 올테니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는 호텔 안내도를 펼치셨다.
    그리고 이용안내 설명이 이어졌다.

    이 곳은 숙박비에 자는 것 뿐만 아니라
    먹고 노는 것까지 다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호텔.
    잘 알아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식당도 여러 곳, 밤에 펼쳐지는 쇼도 요일별로 달랐다.
    어느 식당은 몇시부터 몇시까지 이용 가능하고, 어느 식당은 어떤 메뉴가 나오고,
    오늘 금요일 밤에는 어떤 쇼가 몇시부터 시작되는지 등등을 알려주었다.

    손목에는 놀이동산에서나 차 봤던 팔찌가 채워졌다.
    이 호텔 손님이라는 증표. 놀이동산에서처럼 자유이용권이다.

    호텔에서는 많이 자 보지도 않았지만 이런 호텔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고 더 설레인다.


    로얄 솔라리스(Royal Solaris)
    1박 170달러
    2010년 2월
    원래 예약한 방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방이었지만 이벤트로 오션뷰 룸으로 업그레이드







    오후 3시가 다 되어서 체크인 하고, 설명 듣고, 늦은 점심 챙겨 먹고, 좀 쉬다 보니 금새 저녁이 되었다.
    저녁에만 운영한다는 식당 중 한 곳을 찾아갔다.
    나름 차려입고 가야하는 식당.
    긴 바지를 입고 가야한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배낭에 뭐 제대로 된 옷이 있나.
    최대한 성의 있게 입고 갔다.

    식당 이름은 마르코 폴로(Marco Polo).
    식당이 아니라 레스토랑이라 불러야 더 어우릴 곳이었다.
    사람이 많았다. 대기명단에 올려놓고 바(Bar)로 갔다.

    음료도 무료. 술도 무료.
    술을 잘 못마시는 우리는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무알콜 파인애플 칵테일을 주문했다.
    시원하게 들이키며 다시 레스토랑 앞에 가 우리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다.



    거의 1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내일은 미리 예약을 해야겠다.

    기다린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이 얼마만에 누리는 풀코스 저녁식사인가.
    음식은 또 얼마나 정성스럽고 이쁘게 차려 나오는지 손 대기가 미안했다.
    메인 음식 중 생선요리가 짜고 느끼해 조금 거슬렸지만 그래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끔 돈이 주는 행복도 무시할 수 없다.












    레스토랑 앞에서 오래 기다리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8시 반부터 열리는 쇼는 거의 막바지에서부터 보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진의 무대인사가 이어지고 끝이 났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알콜 파인애플 칵테일을 한 잔 더 주문했다.
    술을 조금이라도 하면 다양한 칵테일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아쉽지만 그리 많이 아쉽지는 않다.

    호텔을 등지고 바라보는 밤의 카리브해가 지난 몇일동안 봤었던 카리브해보다 더 넉넉하게 다가왔다.







    칠레에서 진도 8이 넘는 대지진이 일어났단 뉴스를 접했다.
    지진이 발생한 그 지역 가까운 곳에서 두 달 전에 머물렀었다.
    아찔했다. 여행중인데 그런 재난을 타국에서 겪게 되었다면...
    고통 받고 있는 분들에겐 죄송했지만 다행스러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여행 300일.
    완전 무탈은 아니지만 대체로 무탈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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