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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84일] 지루한 장거리 야간버스. 리오의 친절.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10.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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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2 . 1 1 . 목 |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히우 지 자네이루) Brazil Rio de Janeiro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다.
    햇볕이 거둬져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에어컨을 더 세게 튼 것인지 버스 안은 더 쌀쌀해졌다.
    미리 챙겨놓은 담요만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휴게소에서 침낭을 꺼내놓길 잘했다.

    새벽 언젠가 다시 휴게소에 섰다.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다.
    초장거리야간버스.
    한국에서는 쉬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귀이 여기려고 하지만 그게 또 막상 닥치면 그렇게 안 된다.

    어서 빨리 움직이지 않는 수평의 침대에 눕고 싶을 뿐이다.
     


    오전 10시를 지나고 있다.
    출발한지 22시간이 넘었다.

    또 다른 휴게소에 들어갔다.
    오래 쉰다.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하나보다.

    어제 저녁 나는 샌드위치 하나 먹었고 라니는 멀미가 염려돼 과일만 먹었었다.
    뭘 좀 먹어야할테지만 남들 먹는 것만 멀뚱멀뚱 쳐다 봤다.
    큰 휴게소에는 먹을거리가 많았지만 손이 가질 않았다.
    어제 버스 타기 전에 샀던 빵만 조금 뜯었다.


    달려도 달려도 리오는 멀었나보다.
    표지판이 등장하지 않는다.
    급기야 길이 막히기까지한다.
    쌩쌩 달려도 모자를 판에 달팽이보다 더 천천히 기어간다.

    정체의 끝에서 이유를 알았다.
    트레일러 한 대가 쓰러져 있었다.

    큰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안스러움과 염려보다는 미움이 더 컸다.
    사람 마음은 그렇게 간사하다.





    드디어 반가운 표지판이 나타났다.
    하지만 버스는 또 기어간다.
    오랜 시간동안 브라질의 수도였던 리오.
    그 위용을 교통정체로 미리 보여준다.

    아직 터미널에 도착하려면 한참 남은 듯 하지만
    그냥 아무 길에나 내려버리고 싶다.

    결국 26시간 반이 걸렸다.
    어제 낮 12시에 출발했는데 오후 3시가 다 되어간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몇번 느꼈었다. 고속철도가 정말 간절한 곳은 여기라고.
    아님 유럽의 저가항공이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말도 못하게 피곤해 택시를 타기로 했다.
    터미널에는 택시회사 부스가 있었다.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적당한 곳에서 표를 끊었다.
    요금은 후불인 듯 했다.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섰는데 저 멀리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잠시 갈등했다. 돈의 유혹에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내부에 개찰구와 차장이 있는 브라질의 시내버스.
    그 버스에 커다란 배낭을 가지고 타는 건 여간 번거러운
    일이 아니지만 절약의 신이 발걸음을 인도했다.

    버스 앞에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에게 호텔 주소가 적힌 쪽지를 보여줬다.
    버스의 차장 아주머니에게도 재차 확인했다.
    잘 내리려면 차장아주머니의 도움이 절실하므로 차장아주머니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두꺼운 가이드북을 뒤적이고 있는데
    저기 뒷자리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다가왔다.
    "영어할 줄 알아요?" 그가 물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요?"
    "여기에 가려고 합니다."

    그는 차장아주머니와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잠깐 나눈 후 우리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우리보다도 더 더듬거리는 영어였지만 그의 성의는 고마웠다.
    아마도 이 버스가 이 주소 앞을 지나가지 않으니 어디에 내려서 건너서 어디로 가라는 뜻인 듯 했다.



    차장아주머니는 잊지 않고 내려야할 곳을 알려주었다.
    길을 건너서 찾아가라고 손짓도 해 주었다.
    아직 '고맙습니다'의 포르투갈어가 입에 붙지 않아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이제는 반사적으로 나오는 스페인어 '그라시아스(Gracias)'가 불쑥 나왔다.


    둘러봐도 우리의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가이드북을 펼쳤다.
    셔츠를 말끔하게 입은 남자가 또 다가왔다.
    "도와드릴까요?"
    우리가 갈 호텔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완전 친절릴레이다.
    카니발을 앞두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단체친절교육이라도 시켰나...
    아무튼 시작부터 감동이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호텔까지 거리가 상당했다.
    날씨는 뜨겁고 몸은 무겁기 이를 때 없어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보다 환한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었다.
    리오에서의 짧은 머뭄이 더 기대된다.



    .점심도 못 먹고 거의 저녁. 호텔 근처 햄버거 체인점.
    .햄버거세트, 짜고 맛 없고 비싸기까지.
    .바로 호텔로 돌아와 경비 정리하고 개그콘서트 시청.
    .라니 종아리에 종기 같은 것 나고 기침도 계속, 지르텍을 먹어도 효과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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