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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68일] 씨티 아닌 씨티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9.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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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2 6 . 화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Argentina Buenos Aires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삼일째.

    첫날, 이른 새벽 피곤하게 도착해 쉬었고
    어제도 특별나게 관광이랄 것도 없이 어슬렁 보냈다.
    오늘도 쉬기로 했다. 라니의 부은 발목이 염려스러워 그러기로 했다.

    리오 카니발 전에 이과수 폭포만 들리면 되므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일정은 여유롭다.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 먹고 개그콘서트 한 편 시청.
    .1층 로비에서 인터넷 사용, 브라질 여행 정보 습득.
    .점심은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것으로 대충 때우기.

    .라니 1층 로비에서 인터넷 사용, 나는 가이드북 뒤적거리기.
    .라니, 낮잠. 나, 사진 정리와 블로그 글 쓰기.



    어영부영 낮 시간이 흘러가고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살기 위해 먹을까, 먹기 위해 살까라는 진부한 고민 속에 혼자 호스텔을 나섰다.
    포장해 올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숙소에서 가져가서 먹으려고 했다.
    호스텔 주변 네모 반듯하게 직각으로 교차하는 길들을 헤매고 다녔지만
    포장가능 식당 혹은 패스트푸드점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만만한 가격대에 만만한 음식을 파는 식당을 발견했다.
    호스텔로 돌아가 라니와 함께 한 블럭 아래의 식당으로 갔다.

    피자 작은 것, 생선부침+밥.
    고수를 넣지 말아주세요와 함께 외우고 다니는 스페인어,
    소금 적게 넣어주세요를 얘기했더니 친절하게 그렇게 해주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큼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먹어 숙소로 돌아가는 기분이 가벼웠다.



    어제 씨티은행에서 국제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했다.
    아르헨티나는 수수료 1달러 국가 중 하나.
    하지만 인터넷으로 계좌를 확인해 보니 4천원이 넘는 돈이 수수료로 빠져나가 있었다.

    당장 고객센터에 문의글을 남겼다.
    외주업체에서 관리하는 인출기를 사용한 것 같다며
    다음부터는 영업점 내부에 있는 인출기를 이용하라는 답이 왔다.

    나는 분명 씨티은행 지점 내부에 있는
    씨티은행 마크가 큼직하게 붙어 있는 인출기에서 돈을 뽑았었다.
    억울했다.

    숙소에서 2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그 지점을 다시 찾아갔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수수료 몇천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건 자존심 문제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항의를 하려면 제대로 된 증거가 필요할 것 같았다.

    많이 낡은, 콜롬비아에서 산 싸구려 노란색 쪼리를 질질 끌고
    퇴근시간의 시내 거리를 걸어 은행을 찾아갔다.



    코너에 자리한 씨티은행.
    3면에 하나씩 붙어 있는, Citibank가 적힌 커다란 간판이
    해 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내부 인출기에도 Citi 마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씨티꺼라고 화살표도 그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씨티은행 지점의 인출기라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거였다.

    외부에 Banelco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미심쩍기는 했지만
    여긴 분명 씨티은행 영업점이고 그 영업점 내부에 있는 인출기.
    의심의 여지는 전혀 없다.

    다시 20분을 터벅터벅 걸어 숙소에 와 항의글을 남겼다.
    난 그대들의 가르침을 듣기 전에 이미 그대들의 가르침대로 했다고.
    못 믿겠다면 사진을 첨부하겠다고.



    이역만리 떨어진 나라에서 별짓을 다 한다.
    인터넷이라는 게 없었다면 상상조차 못 했을 별짓.
    수수료가 더 뽑혔다는 사실도 몰랐을테고.
    문의나 확인은 더더욱 생각도 못했을...

    인터넷 시대 전으로 상상하면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참 멀리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고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세상이 아주 좁게 느껴진다.

    우린 지금,
    우리나라에서 수직으로 땅을 파면 뚫고 나오게 된다는 아르헨티나에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Banelco는 인출기를 관리하는 외주업체가 맞는 듯 했다.
    .씨티은행 지점 내부에 설치된 인출기 중에 어떤 것은 Cajero Citi라고 적혀 있고
    .어떤 것은 Cajero Banelco라고 적혀 있었다. 아주 작은 글씨로.

    .Cajero Citi라고 적힌 인출기에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넣으면 한글이 지원되었고 수수료는 1달러 부과되었다.
    .Cajero Banelco라고 적힌 인출기에는 한글이 지원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게 되었지만,
    .현지 상황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씨티은행 내부에 씨티라고 크게 적혀 있는 인출기에서
    .그런 것까지 구분하기는 무리라는 생각.

    .한 달 후 수수료 차액을 환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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